서울시가 시대 화두로 떠오른 양성평등을 공부하고 관련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을 구매해 2030 젊은층 특성을 이해하는 동시에 이들을 중심으로 격화한 젠더 갈등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성평등한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꾸려진 여성가족정책실은 지난달 '성평등 조직문화 확산 추진 관련 도서'로 '90년대생이 온다'를 세 권 구매했다. 서울시가 '성평등 조직문화 확산 추진 관련 도서'를 사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책 구매 비용은 4만2000원이다.
'90년대생이 온다'는 제목 그대로 90년대생이 지닌 특성은 물론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을 때 일어나는 변화를 설명한 책이다. 회사의 직원, 소비자로서 특징이 기술돼 있다. 이 책은 2019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최근 서울시는 양성평등, 젠더갈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약 두 달 전 내부 게시판에서 "여성가족정책실이 이름부터 성평등하지 않다", "남성가족정책실은 왜 없느냐"는 의견이 표출되면서다. 그간 서울시가 여성정책 개발, 여성 능력개발과 일자리 지원처럼 남성이 배제된 채 여성을 위한 사업만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야간 당직 근무 등에서 남성이 역차별받는다는 말이 나오는 등 젠더 갈등은 공무원 사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변화하는 세태에 맞춰 서울시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여성가족정책실 내 부서인 여성정책담당관과 여성권익담당관은 각각 양성평등정책담당관, 권익보호담당관으로 명칭을 바꿔 '양성평등'에 방점을 찍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젠더갈등이 확산하면서 '여성만 챙긴다'는 일각의 오해를 해소한다는 취지도 담겼다. 직장 내 성폭력 등의 피해가 여성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지적을 수용했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은 한발 더 나아가 젊은층을 이해하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젠더 갈등이 젊은층에서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90년대생이 온다'를 구매해 읽으면서 젊은층의 특성을 파악하는 한편 양성평등에 대한 20대 남녀 간 차이와 인식을 연구하고 있다.
내부에서도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서울시 소속 A 공무원은 "전임시장 시절 성추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고 행정에서도 여성에 관한 정책만 추진하는 시대가 지난 거 같다"며 "서울시가 양성평등에 모범을 제시하는 지자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관계자는 "20대를 이해할 필요가 있어서 책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이어 "책을 읽으면서 기존 정책도 되돌아보고 양성평등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지 구상하고 있다"며 "지금 공개할 만한 사업이나 정책은 없지만 전반적으로 훑어보면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