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관계인이 법인에 무상으로 제공한 재산을 주주 이익으로 간주해 무조건 증여세를 내도록 한 세법 시행령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9일 A 씨 등이 성북·서초 세무서를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 등은 부모와 함께 B 사 등의 주식 전부를 소유하고 있다. 세무서는 A 씨의 아버지 C 씨가 2014년, 2015년 각 회사에 금전을 무상으로 대여해 주주인 A 씨 등이 이익을 얻었다고 보고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들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41조 1항은 특수관계인과 법인의 재산 무상거래로 주주가 이익을 얻으면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한다. 시행령은 증여재산 가액에서 이미 납부한 법인세액 등을 뺀 금액으로 이익을 계산하도록 했다.
1심은 시행령 조항은 무효지만 주식가치 증가분을 증여재산가액으로 볼 수 있다며 일부 승소 판결했다. 2심은 시행령이 무효인 이상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며 A 씨 등의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
전합은 “특정 법인에 대한 재산의 무상제공이 있으면 그 자체로 주주가 이익을 얻은 것으로 간주해 주주가 실제로 얻은 이익의 유무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증여세 납세의무를 부담하도록 정했으므로 모법 규정취지에 반하고 위임범위를 벗어나 무효”라며 원심 판단이 옳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이 상증세법 시행령 31조 6항이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09년 첫 무효 판결을 내렸고, 이에 따라 개정된 내용에 대해서도 2014년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