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ESMO에서는 유한양행이 기술 이전한 레이저티닙을 비롯해 한미약품이 기술 이전한 △오락솔 △포지오티닙 △벨바라페닙, 이수앱지스의 ISU104, 브릿지바이오 BBT-176 등 항암 신약후보 물질의 임상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유럽종양학회는 1년 중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행사 중 하나다. 구두로만 알려졌거나 알려지지 않았던 공식 임상 결과가 외부에 공개되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들의 항암 신약 개발 동향을 파악하고 상용화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도 있다. 특히 국내 업체들이 유의미한 임상 결과를 도출할 경우 상용화는 물론 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ESMO는 기존 연구들의 진행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회 자체가 임상 과정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라며 “다만 학회를 통해 라이선스 아웃(기술이전)을 이루거나 같은 적응증에 대해 다른 회사가 어떻게 개발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이저티닙은 유한양행이 오스코텍으로부터 사들인 항암신약 후보 물질로 2018년 11월 얀센에 기술이전했다. 얀센은 ESMO에서 레이저티닙과 항암신약 물질 아미반타맙의 병용투여 1·2상 중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유의미한 결과 도출 시 미국 식품의약국(FDA) 혁신신약 지정 및 내년 승인 가능성도 관측된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결과에 따라 FDA '가속 승인' 후 2022년 하반기 출시 후 내년부터 본격적인 로열티 수령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은 2029년 36조 원까지 커지며 ‘레이저티닙’은 단독 또는 병용요법을 통해 최대 5억 6900만달러(약 6247억 원)의 연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의 미국 파트너사들도 대거 참가한다. 아테넥스는 2011년 기술이전 받은 항암신약물질 ‘오락솔’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병용요법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 스펙트럼은 2015년 기술이전 받은 ‘포지오티닙’의 임상 2단계에 있는 코호트 결과 중 하나를 공개한다. 제넨텍은 2016년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한 ‘벨바라페닙’의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경우 마일스톤 등 계약사항에 따라 한미약품에도 후속 효과가 기대된다.
직접 학회에 참가하는 국내 업체도 있다. 올해로 3년 연속 참가하는 이수앱지스는 ESMO에서 항암신약 ‘ISU104’(성분명 바레세타맙) 임상 1상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ISU104는 기존 항암제에 약물 내성을 갖게 하는 주요 원인인 ErbB3를 억제하는 항체치료제다. 지난해에는 ESMO에서 ISU104의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수앱지스 관계자는 “3년 연속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ErbB3의 치료제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ISU104의 임상1상 중간 발표에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있어 ESMO에서도 주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이번 발표 후 임상 2상도 진행 예정이며 1상을 마무리하는 대로 기술이전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SMO에 처음 참가하는 브릿지바이오는 4세대 비소세포폐암 신약 ‘BBT-176’에 대한 전임상 데이터를 발표한다. 브릿지바이오는 자사의 최초 항암신약 파이프라인 BBT-176의 임상 1/2상 첫 단계인 용량 상승시험을 올해 4월부터 진행했다. 아직 1상이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이번 학회에서는 임상 진입 성공과 프로토콜, 전임상 연구 데이터, 향후 계획 등을 전자 포스터 형식으로 공개한다.
BBT-176은 타그리소, 레이저티닙 등 3세대 표적치료 후 나타나는 ‘C797S 양성 삼중 돌연변이’를 대상으로 한다. 또 글로벌 임상은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장 먼저 시행됐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이번 학회 참석으로 항암신약 분야 과제를 글로벌 무대에서 처음 선보이게 됐다”며 “현재 임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기회가 된다면 다른 글로벌 학회에서도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BBT-176뿐 아니라 이중 돌연변이를 겨냥한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EGFR TKI) 항암 물질을 꾸준히 발굴해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