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선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호황에 따른 투자 확대와 기술 개발 고도화를 위해 공격적인 채용 기조는 한동안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메모리 반도체 ‘피크 아웃’(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현상) 우려 등 업황에 대한 긍·부정 전망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꾸준한 채용 증가세는 업계가 반도체 시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 개발을 위해선 일부 제품의 일시적인 가격 조정과는 상관없이 꾸준한 인재 충원이 필요하다"라며 "전반적으로 보면 수출이나 성장률 면에서도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 출소 이후 3년간 240조 원, 4만 명 고용이라는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반도체는 해당 투자금이 압도적으로 가장 많이 쏠릴 사업 영역이다. 메모리 분야에서 기술 절대우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증설과 첨단기술 개발, 이를 위한 인력 충원이 필수다.
메모리 사업에선 미국 마이크론 등의 D램 기술개발 추격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고, 파운드리 사업에선 인텔과 TSMC가 최대 금액을 쏟아부으며 신규 공장 증설에 나섰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업계도 발길을 재촉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지난달 25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테크 앤 커리어 포럼'(Tech & Career Forum)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소상하게 설명했다.
해당 설명회엔 정은승 DS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 사장, 김희승 DS부문 인사팀 글로벌 채용 그룹장(상무)이 직접 참여했는데, 김 상무는 최근 발표된 삼성전자의 240조 원 투자 계획을 언급하면서 "반도체 부문 인재 채용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경영복귀 시점에 맞춰 스마트폰, 가전 등 세트 부문은 경량화하고, 반도체 쪽은 늘리는 인력 효율화 작업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반기보고서 등을 통해 드러난 삼성전자 인력 구성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2019년 말 5만5000명 수준이었던 삼성전자 DS부문 임직원 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꾸준히 늘어 1년 만에 5만8000명대를 기록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엔 6만 명을 넘어섰다. 반면 같은 기간 스마트폰, 가전 부문의 임직원 수는 세 자릿수 단위로 소폭 늘거나 오히려 감소했다.
인재 영입에 선행되는 연구개발·시설투자 증가세도 여전히 가파르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연구개발비로 10조9941억 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0조5851억 원) 대비 약 4100억 원 늘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보다 연구개발비를 17% 늘려 처음으로 반기 기준 연구개발비 2조 원대를 넘었다.
시설투자 부문에서도 삼성전자는 상반기 23조3000억 원을 지출하며 역대 최대치를 또 한 번 경신했다. 이 중 반도체 사업에 21조 원을 투자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완공한 이천 M16을 중심으로 차세대 D램 양산을 위한 전방위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낸드와 파운드리 등 사업 다각화를 위한 투자도 한창이다. 고부가가치 낸드를 생산하는 청주 M15 ph2 초기 인프라 투자와 중국 우시 C2F 장비 투입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