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넘어져서 다리뼈가 부러졌다면 병원에 가서 깁스할 것이다. 그러나 깁스라는 의료적 처치는 효과적으로 뼈가 붙도록 하는 보조 작업에 불과한 것이다. 부러진 뼈세포와 분자 단위에서 진행되는 유기체 재생 활동, 즉 탄력성이 치유의 실체인 것이다. 우리의 손상된 마음의 회복도 마찬가지다. 상담가는 상처 난 마음이 다시 아물 수 있도록 보조 역할을 한다. 마음 치유의 실제 주체는 당사자이며,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고 삶의 의지로 작은 도전들을 하나하나 시도하는 가운데 회복이 진행된다. 위대한 심리학자 아들러가 말하는 ‘나를 위한 용기’가 움트면서 회복도 시작된다.
동물과 다르게 인간의 자아는 고도화된 사고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개별적 생명 유지를 위한 본능을 뛰어넘어 주변 사람들의 안녕까지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이다. 개별적 본능을 때로는 능가하는 인간의 사회적 본능은 실로 강력한 것이다. 누구나 마음의 상처로 힘든 상황이 되면 다시 회복의 과정을 거쳐 삶에 대한 용기를 발동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떤 이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지 못하게 되면서 자신을 위한 용기 대신에 ‘타인을 위한 용기’를 선택하기도 한다. 타인을 위한 용기는 결국 자신을 죽이는 결과까지 갈 수 있다. 자살예방 연구자 토마스 조이너의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짐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면서 본격적으로 자살을 준비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마음이 손상된 사람이 있다면 그가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자신의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응원하고 아껴주어야 한다.
사람들은 삶의 고달픔과 혼란이 쌓여 가면, 현실에서 나를 위한 용기를 발동하는 것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대신, 과거에 연연한 우울, 혹은 미래에 너무 민감한 불안을 선택한다. 현재의 나에게서 존재의 가치를 찾지 못한다면 결국, 타인도 미래도 없는 것인데 말이다.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