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예비경선 후보의 '두테르테식' 발언이 야권 주자 간 공방으로 이어졌다. 윤 후보가 홍준표 후보의 흉악범 사형 주장을 두고 필리핀 독재자 로드리고 두테르테와 다름없다고 지적하자 홍 후보는 물론 유승민·장성민 후보까지 나섰다. 장 후보는 윤 후보가 무지하다고 비판했고 유 후보는 본인부터 되돌아보라고 꼬집었다. 이에 윤 후보는 후보들을 '벌떼'에 비유하며 지나치게 달려든다고 비꼬았다.
장 후보는 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 후보는 주한 필리핀 대사를 예방해 두테르테 대통령의 비하 발언을 정중히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자유당식 건달 정치를 하는 윤 후보가 한국과 우방국 필리핀과 국가 외교를 치명적으로 훼손시키며 국익 침해를 하고 있다"며 "우방국을 적으로 돌릴 생각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무지와 건달정치가 낳은 결과"라며 "이런 윤 후보가 정치하면 한국 외교는 침몰한다"고 비꼬았다.
장 후보가 이런 메시지를 낸 배경에는 앞서 홍 후보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두고 윤 후보가 '두테르테식'이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홍 후보는 최근 20개월 여아를 무자비하게 성폭행하고 살해까지 저지른 양 모(29) 씨를 지적하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이런 X는 사형시킬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윤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행정 수반인 대통령이 형사처벌에 관한 사법 집행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두테르테식"이라고 비꼬았다.
장 후보는 물론 유 후보까지 비판에 가세했다. 유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재인 권력의 칼 노릇을 하던 윤 후보가 수없이 행했던 무리한 구속, 수사, 기소, 구형을 온 천하가 알고 있다"며 "홍 후보가 두테르테라면 윤 후보는 뭐라고 해야 하냐"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윤 후보가 검찰 시절 수사를 강행했던 인물들을 거론하며 "윤 후보의 목적은 수사였나, 아니면 보수진영 궤멸이었나"라고 물었다.
윤 후보는 이 같은 지적에 "벌떼처럼 달려든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오후 공정개혁포럼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얘기만 한마디 하면 다들 벌떼처럼 말씀하신다"며 "공직에 있으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소임을 했다"고 얘기했다. 이어 "두테르테에 민감하게 반응하신 것 같다"며 "사형시키는 것은 사법부에서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