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군 후 아프간 현지 상황에 대한 우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완료와 함께 20년간의 아프간 전쟁에 종지부를 찍은 가운데 주요 외신들의 냉정한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언론은 미군의 아프간 철수 완료를 톱뉴스로 보도하면서 20년간 이어진 미국 역사상 최장 기간의 전쟁에 대해 비판했다. 철군 과정에서 발생한 미군과 민간인의 희생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CNN은 “긴박하고 혼란스러웠던 미군의 철수가 끝났다”면서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하고, 약 2000명의 미군을 희생시킨 전쟁은 부모세대는 물론 아이도 죽였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9.11테러가 20주기를 맞이한 현재 아프간은 탈레반의 지배하에 놓이게 됐다”면서 “2001년 미국의 특수부대가 아프간에 도착했을때만해도 상상하지 않았던 일이며 예상치 못한 결과로 끝이 났다”고 적었다. AP통신도 아프간 전쟁에 대해 “미군 역사에서 엄청난 실패로 기억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주요 외신들은 미국의 철군 이후 남은 아프간 현지인들의 안전과 자유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 이후 약 12만 명이 대피한 것은 사상 최대의 이동”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치안 악화와 공항의 혼란으로 미국인과 미군에 협력한 아프간 현지인의 상당수가 아직 방치돼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CBS는 “미국을 도왔던 아프간 현지인들이 탈레반에 의해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는 메시지가 매일 도착한다”고 전하며 “우리를 지켜줬던 아프간인들이 위험에 처해있다”는 재향군인의 인터뷰를 전하기도 했다.
전쟁 종료 후 테러 위협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CNN은 “전쟁을 마쳤지만, 여전히 아프간에서 비롯된 테러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라고 지적했다. 영국 BBC도 “주요 국가들 사이에서 미국의 철군 이후 아프간이 또다시 테러리즘의 훈련장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면서 “탈레반은 중앙집권적이고 통합된 세력이 아니며, 탈레반과 또 다른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알카에다와는 분리될 수 없으며 탈레반이 국가 건설하는 과정에서 알카에다와의 연결을 끊은 것을 망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탈레반의 정권 장악으로 아프간 여성의 권리와 언론의 자유가 후퇴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