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비롯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관련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전환을 비롯해 산업구조 개편에는 수천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내년 예산은 12조 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정부가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2년도 예산안'에서 탄소중립 경제를 위한 예산은 총 11조9000억 원이 배정됐다. 지난해 7조3000억 원에서 4조6000억 원이 늘었다.
분야별로 재생에너지 3020을 이행과 산업구조 전환 지원, 무공해차 확대, 그린 건축 등 경제구조 저탄소화에서 3조3000억 원을 늘린 8조3000억 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유망 신산업 분야 육성을 위한 예산은 2000억 원 증액한 8000억 원, 산업 전환에 따른 일자리, 지역 지원 예산 역시 3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증액했다. 녹색금융과 보증, 융자 확대 예산도 1조5000억 원에서 2조3000억 원으로 늘렸다.
이 외에 신설되는 탄소중립을 위해 신설되는 기후대응기금 세입은 2조7000억 원 규모로 매년 교통·에너지·환경세의 7%와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 할당 수입, 정부 혹은 다른 기관의 출연금 등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내년을 2050 탄소중립 이행 원년을 맞아 과감한 재정투입 등 적극적인 증세를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탄소중립 과정을 생각하면 정부의 예산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고, NDC 상향까지 앞두고 있어 이에 필요한 비용 산정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2050 탄소중립 목표 이행을 위해 2030년까지 1조 유로, 한화 약 1376조1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발표하기도 했다. 때문에 탄소중립을 위한 비용이 기업과 국민이 부담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탈원전 정책에 따른 에너지전환만 해도 필요한 비용은 1000조 원이 훌쩍 넘는다. 이종호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시니어전문 추산에 따르면 탈원전을 계속할 경우 2050년까지 설비투자가 약 1400조 원이 필요하다. 이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도 무시할 수 없다.
산업계에 필요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산업연구원은 분석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철강·석유화학·시멘트 3개 업종의 전환비용만 최소 4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반도체와 자동차, 조성 등 주력 산업 전체로 에너지 전환을 확대하면 비용은 10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산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상엽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목표를 우선 설정하다 보니 다양한 변수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국가장기전략이라는 차원에서 무조건 총액 비용만을 두고 어젠다를 평가할 수는 없으나, 향후 어떤 환경 및 에너지 기술이 탄소제로 목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지 등 세부적인 비용 산정을 통해 단기적인 과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