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일반화·보편화 가능한 룰’에 집착하기보단 공정의 전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룰을 관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투데이는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인 정지우 작가와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사회 담론으로서 공정을 고민하는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와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을 인터뷰했다. 이를 통해 출발, 과정, 인식, 담론 차원에서 사회 공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살펴봤다.
정지우 작가는 인터뷰에서 “부와 권력이 대물림되는 사회일수록 청년은 ‘공정’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불공정’을 청년 담론으로 한정할 게 아니라 공동체 문제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7년생인 정 작가는 밀레니얼 세대로서 청년들을 대변한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의 저자이다.
정 작가의 시각에서 공정의 다른 표현은 ‘사다리’다. 권력과 자본이 견고하게 벽을 쌓은 사회에서도 한발 한발 오르다 보면 언젠가는 ‘작은 틈’으로 벽을 통과할 수 있단 점에서다.
공정에 대한 갈망은 채용 과정에서 극단적으로 표출된다.
정 작가는 “청년 세대의 관점에서 채용 공정성은 사회에서 신분 상승을 하거나 사회인으로 자리 잡는 데 가장 중요하고도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세상 원칙인 셈”이라고 해석했다.
정 작가는 과도한 채용 경쟁이 ‘불공정’ 담론을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소수 직장으로 구직자가 몰리다 보니 경쟁이 심해지고, 공정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게 됐다”며 “청년 인식 근본에는 그저 인간다운 삶에 대한 열망이 있다. 하지만 대기업 직원이나 공무원이 아니고선 각종 휴가나 유연근무, 야근수당 등 정당한 권리도 보장받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정 작가는 “청년들도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노동시장 환경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여태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파이 늘리기’를 강조하기보다 ‘네 몫은 노력해서 챙겨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인제 와서 청년을 이기적이라고 몰아붙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론을 ‘청년 담론’으로 좁히는 데 대해서도 경계했다. 불공정을 둘러싼 논란들을 공동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모든 세대가 함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그는 “청년 문제는 그 이름만 다를 뿐, 고스란히 노동 문제, 저출산 문제, 주거 문제, 여성 문제 등으로 이동한다”며 “오직 청년이라는 한정된 시간에 갇힌 이야기만으로는 온전한 해결책이 수립되기 어렵다. 우리 모두 한배를 탔다는 인식을 끊임없이 재확인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