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8월 중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조직 개편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공청회와 당정 협의 등을 거치면서 최종안에 대한 결론 내기가 쉽지 않아서다. 수개월에 걸친 당정 협의에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LH 조직 개편과 관련한 용역을 통해 주거복지부문을 모회사로, 토지·주택 개발부문을 자회사로 수직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다.
정부 용역을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은 모회사와 자회사로 수직 분리하는 안에 대해 "개발부문 통제를 강화할 수 있고, 조직 개편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평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과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안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이고 있다. 가장 최우선 문제는 모회사인 주거복지 부문이 자회사인 토지·주택 개발부문에 비해 자금이 적다는 것이다. 현재 LH는 매년 주거복지 사업에서 1조50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다. 반면 택지 판매와 주택 분양 등을 통해 3조 원가량을 벌어 주거복지 부문의 적자를 메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LH 조직 개편을 통해 수직구조 개편을 하면 오히려 주거복지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개발 자회사가 경영 여건상의 이유 등을 들어 모회사인 주거복지부문에 올리는 자금을 줄이면 적자폭이 커져 주거복지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어서다. 주거복지에 대한 국민 기대감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자칫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정부가 그동안 단순히 LH 쪼개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LH 일부 직원이 땅 투기로 잘못을 한 것은 맞지만 이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을지,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포커스를 맞출 것인지 하나에 중점을 두고 구조 개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LH를 쪼개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그 방향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의 다수 의원들도 이처럼 정부안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을 내놓자 LH 조직 개편 검토는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장 정부는 8월 말까지 LH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LH 조직 개편은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 사안이라 법개정 없이는 이뤄질 수 없어서다. 여야 의원들이 LH 조직 개편과 관련한 정부안에 동의하면 모르겠지만, 대다수 의원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당장 법안 통과도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선 과거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통합한 데만 15년이 걸렸는데 이를 쪼개는데 수개월 만에 할 수 있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지금의 LH 조직 개편 논의는 정치적 논리에 따라 흘러가는 것 같다"며 "정부에서 검토한 조직 개편안 중 무엇이 채택되더라도 (땅 투기 사태와 관련해)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고 3기 신도시 추진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