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특정 종목에 대해 ‘매도’ 의견을 표현한 리포트 조차도 의견이 번복되며 삭제된 사례도 있다.
BNK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 일반 공모 청약이 시작된 지난달 26일 ‘매도’ 리포트를 냈지만 카카오뱅크 상장 후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서 삭제됐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들이 소신 있는 의견이 반영된 리포트가 등장하기 힘든 이유에 대해 증권업 관계자들은 “기본적인 생태계 구조 상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고객사의 관계는 갑-을 관계다. 리서치센터 연구원이 ‘매도’ 의견을 내면 이들이 주로 접촉하는 각 기업의 IR담당자들과 관계가 불편해지면서 자료 협조도 어려워진다.
또한 증권사 내부적으로도 증시 지수를 올려서 자신들의 업의 호황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매도 의견은 자제하는 상황이다. 증권거래로 수수료 장사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서 시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건 자살 골을 넣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 A 씨는 “솔직히 증권사 입장에선 리포트 발간도 다 고객사를 상대로 하는 영업인데 안 좋게 리포트를 쓴다면 기업 입장에선 당연히 다른 경쟁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 B 씨는 “증권사 입장에선 어떻게 해서든지 시장 거래를 활성화 시켜야 수수료를 한 푼이라도 더 얻을 수 있다”며 “특정 섹터에서 매도 의견을 자주 내는 건 기업뿐만 아니라 해당 업종의 분위기를 침체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의 주가가 우상향으로 가는 게 정상이고 이에 따라 목표주가를 업데이트해야 하는데 매수 의견 리포트가 뜸하다면 굳이 매도 의견 리포트를 내지 않아도 해당 기업의 업황이 좋지 않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리서치센터 연구원들은 굳이 전망이 어두운 기업의 아픈 점을 꼬집어 리스크를 만들기보단 차라리 다른 기업에 대한 전망 리포트를 내놓는 분위기로 해석된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 C 씨는 “회사에서 매도리포트 작성을 금지하는 건 아니지만 연구원들도 신이 아니기 때문에 마냥 부정적인 매도 의견은 내긴 어렵다”며 “소신을 떠나 어떤 다른 변수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업계 관행으로 정작 매도 시점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투자자들은 이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이를 개선하고자 최근에는 유료 리포트 발간 활성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투자자가 리포트를 유료로 접근한다면 질적인 측면이 향상될 수 있고 연구원의 소신 있는 의견이 반영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지만 이 역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유료화 이슈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긴 하지만 투자자 반발 예상과 정보 비대칭 등의 이야기들이 있어 현실적으로 반영이 좀 어려운 부분이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