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금융위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신고수리 요건을 충족하는 사업자가 전무하다는 발표에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를 중심으로 ‘대마불사’를 내세우며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실명계좌 발급 관련 컨설팅 없어” = 금융위원회는 16일 가상자산 사업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현장컨설팅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6월 15일부터 7월 16일까지 현장컨설팅을 신청한 25개사가 대상으로, 가상자산 사업자의 현황 파악 및 신고절차를 지원하겠다 팔을 걷어붙였다.
금융위는 컨설팅 시점 당시 신고수리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업자가 없었으며, 특금법 이행 준비상황은 전반적으로 미흡하다고 공표했다. 특금법상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요건인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중 ISMS 인증은 충족중이나,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은 4개사에서만 운영 중에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업체 관계자는 “실명계좌를 트고 있는 사업자가 4개라는 사실은 2018년부터 변하지 않았는데 (금융위에서) 새삼스러운 듯 발표했다”라며 “중소형 거래소 입장에서는 실명계좌 (받는 게) 제일 중요한데 컨설팅을 받고 지적사항을 보완하면 실명계좌를 발급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중소형 거래소에서는 실명계좌 발급이 가장 큰 난항으로 꼽히는데, 해당 부분에 대한 뚜렷한 입장 발표 없이 신고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금융위의 발표가 은행 측에 실명계좌를 내주지 말라는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금융위, 거래소 기능 분화 구상? = 금융위의 컨설팅 내용에 대한 지적 또한 이어졌다. 금융위는 컨설팅 결과를 전달하며 가상자산 사업자는 증권시장과 비교해 다양한 기능을 단독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증권시장의 경우 거래소·예탁원·시장감시·증권사 등으로 기능을 분화했는데, 가상자산 거래소는 해당 역할을 혼자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각은 지난 8일 발표된 한국금융연구원의 보고서와 유사하다. 이지언 선임연구원은 “현재 가상자산 거래업체는 매매중개, 체결, 청산·결제, 예탁, 상장 등의 여러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라며 “여러 역할을 동일업체가 함께 수행하는 것은 증권사,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은행 등의 역할을 한 곳에서 수행하는 것과 같다”라고 분석한 바 있다.
가상자산의 경우 다수 기관의 참여를 통한 상호감시 기능이 없으므로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해당 내용이 금융위의 금번 컨설팅 결과에도 담긴 만큼, 향후 가상자산 거래소의 기능을 쪼개려는 시도가 있지 않겠냐는 우려가 대두됐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의 경우 우리나라에 한정된 사업이다 보니 국가에서 운영하고 KRX 모델을 따라갈 수 있다”라면서도 “가상자산의 경우 글로벌하게 거래가 되고 365일 24시간 거래가 되는데, 국가가 운영하는 기관에서 공무원이 이런 역할을 맡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중소형 거래소 관계자는 “자금세탁 위험성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나 사례가 나온 것도 아니고, 증권사와 비교하지만 이와 비슷한 권리를 부여하는 방향도 아니다”라며 “가상자산 거래소 줄폐업이 이어질 상황을 상정하고 밑밥을 까는 것 아니겠나”라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