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작물 국산 품종 개발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지만, 농가는 여전히 외국산 품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의 인식 변화와 함께 장기적인 대책으로 품종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과수농가 1850곳을 대상으로 재배 희망 품종 선호도를 조사해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주요 품종별로 사과는 후지후브락스, 미야마, 미야미 순으로 선호도가 높았고, 배는 신고, 신화, 화산, 포도는 샤인머스켓, 캠벨얼리, 거봉 등으로 나타났다.
사과와 배, 포도 선호도 1~3위 중 배 품종인 신화와 화산을 제외한 품종은 모두 수입 품종이다. 더구나 포도의 캠벨얼리를 뺀 나머지는 일본산이다.
문제는 이 같은 외국 품종은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 지난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농작물 종자의 로열티로 지급한 금액은 매년 140억 원씩 총 1358억 원에 달했다. 작물별 국산품종 자급률은 특히 과일이 낮아 배는 14.1% 포도는 4.1%에 불과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원하는 작물을 재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가가 나서서 품종을 대체하고 시장에 확산할 필요도 있다"며 "시장 논리에 따르지 않기 위해서는 국산 품종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국산 품종 개발이 멈춰 있는 것은 아니다. 농진청은 최근 5년간 총 392건의 신품종을 개발해 194건을 보급했다. 특히 딸기는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일본 품종이 대부분이었지만 이후 국산 품종으로 대체되며 현재는 국산 품종 보급률이 95% 이상에 이른다. 주요 작물인 벼도 2000년부터 2019년까지 농진청이 251개의 품종을 육성했고, 대표적인 일본산 벼 품종 '추청'의 재배비율은 최근 10년 사이 12.4%에서 7.4%로 낮아졌다.
다만 아직은 이 같은 성과가 일부 작물에 국한돼 있어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 농업계 전문가는 "종자를 하나 개발하기 위해는 보통 20년이 걸리기도 한다"며 "종자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대책과 안목이 필요하고,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연구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