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고점 논란' 한 달 새 험악해진 반도체 기상도…왜?

입력 2021-08-12 15:28 수정 2021-08-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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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현물가 대폭 하락…고정가에도 영향 우려
모건스탠리, 삼성·SK 목표주가 일제히 하향
수요처별 피크아웃 우려 근거
“단기간 조정일 뿐” 비관론 성급하다는 업계 목소리 있어

▲삼성전자가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 2라인 가동에 들어갔다.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첨단 3세대 10나노급 LPDDR5 모바일 D램이 생산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 2라인 가동에 들어갔다.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첨단 3세대 10나노급 LPDDR5 모바일 D램이 생산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슈퍼사이클 온다더니…”

메모리 반도체 시황 전망이 ‘장밋빛’에서 ‘흐림’으로 급변했다. 올해 내내 시장을 장식했던 “하반기 슈퍼사이클이 올 것”이라는 대전제는 금세 자취를 감췄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이상징후가 감지되고 있다는 게 이유다.

“겨울 오나” D램 현물가 하락에 '피크아웃' 우려 확산

외국계 증권사 모건스탠리는 11일(현지 시간) 메모리 반도체, 특히 D램 업황에 대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라고 평하며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목표가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삼성전자는 9만8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SK하이닉스는 15만6000원에서 8만 원으로 내렸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절반 가깝게 목표주가를 하향하는 동시에, 투자의견 역시 비중확대에서 비중축소로 전환했다.

비관론의 근거는 가격이다. 전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5월 20일부터 이달 3일까지 PC D램 모듈 현물가가 32% 하락했다. 4분기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도 직전 분기 대비 5%가량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주요 수요처인 서버와 모바일에선 보합세를 점쳤다. D램 가격 약화는 삼성·SK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과도 직결된다.

가격 하락 이유는 지난달부터 제기돼 온 ‘피크아웃’(고점을 기록한 뒤 하락하는 현상) 우려와 일맥상통한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019년 이후 반도체 업황이 처음으로 확장 국면(mid-cycle)에서 둔화 국면(late-cycle)으로 전환했다고 우려하면서 “D램은 내년에도 근본적으로 공급 과잉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피크아웃ㆍ수급 착시…하반기 D램 시장 하락 본격화?

수요처별로 살펴보면,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악재들이 상존해 있다.

우선 가격 하락이 두드러졌던 PC 부문에선 수요 증가세가 상당 부분 꺾였다. 전 세계 노트북 생산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대만 노트북 ODM(제조사개발생산) 회사들의 7월 생산량은 1550만 대로 전월 대비 5% 감소했다. 특히 중저가 중심 수요 약화가 두드러지며 제조사가 재고 확충을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이다.

D램 수요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서버 부문에서도 이전처럼 강한 수요세가 관측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공격적으로 반도체 재고를 비축해온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2분기부터 10% 수준의 오더 컷(주문 축소)에 나섰다.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치도 하락하고 있다.

하반기 비메모리 공급 차질 문제가 일부 해결되며 세트 주문이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한때 나왔지만, 이슈가 해결되기 전 수요 증가 폭이 선제적으로 축소되는 상황이 도래한 셈이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거듭 강조하듯이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전방산업 세트 생산 차질 지속은 메모리반도체의 일시적 수요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최근 이러한 이슈로 메모리 고객사들의 구매 움직임이 다소 소극적으로 전환됐다”라고 설명했다.

서버 부문에선 수급 착시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동안 공급사 우위에서 진행돼 온 서버 D램 거래에서도 최근 고객사들의 가격 인상 저항이 세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서버 업체들이) 가격 압박 근간이 되는 재고축적을 상반기 강하게 실시하며 공급자들의 재고 감소 착시를 유발했고, 이때 향후 재고 소진 여부는 외부 파악이 어려운 까닭에 구매자들의 가격 협상력이 지속 가능해졌다”라며 “수요는 즉각적인 변화가 가능하지만, 공급 변화는 막대한 관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이용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다운사이클 아니다…시각 괴리 있다” 반론도

▲SK하이닉스가 양산하는 18GB LPDDR5 모바일 D램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양산하는 18GB LPDDR5 모바일 D램 (사진제공=SK하이닉스)

다만 비관론에 맞서는 반론도 팽팽하다. 수급 상황에 따라 단기간 조정이 올 수는 있지만, '숨 고르기'식 일시 조정일 뿐, 길게 이어지는 '다운사이클'의 초입으로 보는 건 과도한 우려라는 논리다.

특히 D램 공급사를 중심으로 시장조사업체ㆍ증권가와 반도체 제조사가 내다보는 업황 사이에 괴리가 발생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불과 2주 전 실적 발표에서 하반기 반도체 수요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공통으로 내놓은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급 상황에 따라 단기간 조정이 올 수는 있지만 3~6개월 단위로 체결하는 D램 공급계약 특성상, 하반기 주요 계약은 성사됐거나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된 상황”이라며 “시장조사업체와 증권가 등에선 '미래 모멘텀'을, 제조사에선 계약 데이터 등을 중심으로 업황을 살펴보기 때문에 이 같은 괴리가 발생한 게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요 D램 업체들 모두 모바일ㆍ서버 수요가 하반기 오름세일 것이라는 기존 견해에선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수출 현황, 연간 기준 전망치를 살펴봐도 전체적인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나빠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보합 혹은 1% 수준의 가격 낙폭이 장기적인 시장전망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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