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플랫폼 출시 지연으로 도입이 늦춰졌던 DDR(Double Data Rate)5로의 D램 세대교체 시기가 다가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교체 수요가 발생함과 동시에, 수요가 늘어나고 공급이 줄어 가격 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DDR5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등에 최적화된 차세대 D램 규격이다.
3일 이투데이 취재결과 올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계에서 DDR5 전환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는 대표적인 서버 고객사들이 최근 DDR5를 지원하는 CPU(중앙처리장치) 신제품 출시 계획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인텔은 4분기 차세대 PC용 CPU 앨더레이크(Alder Lake), 내년 1분기엔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Sapphire Rapids)를 생산할 예정이다.
예정대로 DDR5 보급이 진행된다면, 2023년 하반기 DDR4와의 교차점(크로스오버)이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가 초기 수요처고, PC에서는 게임향 데스크톱이 수요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DDR5의 표준 규격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시장 개화 기대감이 커졌지만, 인텔 등 서버 고객사가 신규 CPU 출시 시기를 조정하며 본격적인 전환 시점도 1년가량 늦춰졌다.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는 현재 범용으로 쓰이는 DDR4 대비 2배 개선된 성능을 갖췄다. 현재 DDR4의 데이터 전송속도는 3200Mbps 수준인데, DDR5 제품은 6000~7000Mbps를 넘나든다. Mbps는 1초당 100만 비트를 보낼 수 있는 전송속도를 의미한다.
DDR5 전환은 D램 제조사들엔 여러모로 호재다. 기본적인 교체 수요가 실적을 뒷받침해주는 가운데, DDR4보다 훨씬 높은 단가로 제품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DDR5의 경우 DDR4보다 약 30% 높은 원가 구조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D램 가격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인 공급 측면에서도 메모리 제조사가 유리하다. DDR5 제품은 DDR4 대비 10~15%가량 칩 사이즈가 크다. 같은 생산능력 아래에서 공급량이 줄어들면 D램 제조사들의 가격 결정권도 커진다.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업체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DDR5 신제품의 동작 검증, 호환성 검증 등을 상당 부분 마친 상태다. 신규 교체 수요에 곧바로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 512GB DDR5 메모리 모듈 개발을 완료했다. 업계 최초로 '하이케이 메탈 게이트(HKMG)' 공정을 적용해 메모리 반도체 공정의 미세화에 따른 누설 전류를 막고, 기존 제품 대비 전력 소모를 13% 줄인 것이 특징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10월 전송 속도가 최대 5600Mbps에 달하는 DDR5 제품을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본격적인 양산을 앞두고선 첨단 기술 접목과 시장 선점을 위한 사전 준비에 바쁜 모습이다. 양사 모두 최근 진행된 실적 발표에서 일제히 DDR5 제품과 교체 수요에 대해 언급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14나노 기반 DDR5 제품을 양산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기존 1레이어에만 적용되던 극자외선(EUV) 공정을 5레이어에 걸쳐 적용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도 "DDR5 전환은 전반적인 D램 시장의 고용량화를 이끌 것"이라며 "생산 가치 관점에서 DDR5가 가진 성능상 장점이 확연해 산업 전반적인 가치 상승이 예상된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