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의 학교폭력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아청소년들의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온라인상의 따돌림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사이버 학교폭력’은 특성상 메신저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기록화돼 피해자들을 오랜 기간 괴롭힌다. 이는 종종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실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피해유형별 중복응답 가능) 언어폭력(33.6%), 집단 따돌림(26.0%), 사이버 폭력(12.3%)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사이버 폭력이 전년 대비 가장 큰 폭(3.4%)으로 늘었다.
경상도 지역에 사는 중학생 A 양의 부모는 딸로부터 충격적인 고백을 들었다. 단순히 스마트폰을 즐겨하는 것으로 여겼던 딸이 2년 가까이 온라인상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가해자들은 A 양이 참여한 SNS 단체 대화방에서 ‘누군가’에 대한 뒷담화를 하고 음해성 글을 올렸다. 그 누군가가 이를 확인하지 않으면 더 안 좋은 글을 올렸다. 더 큰 문제는 A 양은 그러한 내용이 자신을 향한 것인지도 몰랐다. 가해자들이 A 양을 특정하지 않고 그저 ‘누군가’를 음해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앞뒤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폭력을 인지하지 못했다.
일부 가해자는 피해자나 구성원들에게 ‘증거를 없애라’고 종용하기도 한다.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일종의 ‘가스라이팅’이다.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B 양은 2년전 A 양과 비슷한 일을 겪었다. 가해 주동자들이 메신저 상태 메시지에 B양을 명시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저격하는 글을 써놓으면 다른 학생들이 이를 보고 동조하는 방식이다. 가해자들은 만약 동조하지 않으면 B 양 이후의 ‘먹잇감’이 된다는 것을 은연중에 가스라이팅했다.
사이버 학교폭력은 피해 입증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피해자가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경기도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C 군은 2년 전 같은 반 친구 10여 명으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결국 C 군은 부모에게 이를 알렸고, C군의 어머니는 학교에 대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명확한 증거가 없고, 다툼의 여지가 있다’, ‘가해자의 학습권도 있다’며 가해 학생들에 대한 출석정지가 아닌 접촉금지 조치만 내렸다. 이후 가해 학생들이 쉬는 시간마다 몰려와 큰소리로 웅성거리고 고의적으로 앞쪽으로 와서 쳐다보기도 하는 등 C 군은 정신적으로 충격이 큰 2차 피해를 당했다. 하지만 물리적인 폭력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해자와의 분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황한이 학교폭력피해자가족 협의회장(광주센터장)은 “최근 학교 폭력은 피해가 드러나지 않게 진화하고 있다”며 “피해 학생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학생은 ‘나는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럴 뜻이 없었다. 왜 그렇게 느꼈냐’고 반응한다”며 “날로 교묘해지는 수법에 피해자는 폭력 사실을 증명하는 데 더욱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역 교육청은 학교폭력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강원도교육청은 학교생활 관련 원스톱 온라인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학교생활 규정도 인권친화적으로 개정하기로 했다. 광주교육청은 학교폭력 조기 감지와 선제적 대응을 위해 학생 생활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당국 차원에서 학교폭력 예방에 문제점이 없는지 점검하고 이를 보안하기 위한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