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A(17) 군이 6월 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A 군의 부모는 아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일어난 사이버 학교폭력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이투데이는 최근 A 군의 아버지 이영찬(가명·46) 씨와 어머니 김지혜(가명·44) 씨로부터 심경을 들었다.
이 씨는 “학교생활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인근 지역 학교의 학생이 SNS에 우리 아이에 대한 악의적이고 음해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면서다”며 “해당 글은 입소문과 SNS 등으로 아이의 학교까지 퍼지면서 결국 집단 따돌림 피해를 당하는 등 심각해졌다”고 밝혔다.
이 씨와 김 씨는 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일부 친구로부터 A 군이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A 군 부모에 따르면 SNS에 글이 올라온 후 주변에선 아무도 아들의 해명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친구들끼리도 아들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조차 눈치를 줬고, 눈도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다.
이 씨는 “물리적인 폭력만큼 정신적인 집단 따돌림도 강력하고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 군의 부모는 위험 신호가 있었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학교 측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이 씨는 “아들이 상당 기간 괴로워했고, 사망 2주 전 자해를 하는 등 극단적 선택 위험이 크다는 점을 학교 측이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방관했다”면서 “학교가 조처를 하지 않고 있는 동안 친구들과 계속 붙어있을 수밖에 없는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더 큰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 씨는 “무엇보다 아이가 사망 전날에 담임교사와 상담을 했다”며 “그러나 담임교사는 급우관계 등 학교생활이 힘들다는 아들의 얘기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라도 (담임교사가 부모에게 알려) 아이가 힘들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적절하게 대처했다면 지금쯤 우리 곁에 (살아)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눈물을 삼켰다.
김 씨는 “학교 측이 알면서도 부모에게 알리지 않거나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덮으려고 하는 것은 명백히 문제가 있다”며 “결국 학교의 방관이 우리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측 법률대리인은 “A 군 부모 주장은 일부 사실이 아니다”면서 “해당 부분(학교폭력)이 학교에서 감지가 됐다면 학교 측에서 조처를 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학교 측은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과 주변 학생, 학부모 대상으로 사건과 관련해 조심스럽게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강원도교육청은 학교폭력 대응 및 예방 조처 미흡 등을 이유로 해당 학교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양구교육지원청은 12일 이번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4명의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를 개최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강원도교육청이 해당 학교가 그동안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대응 및 예방에 관련한 조처가 미흡했던 점, 관련 전문 상담사가 없었던 점, 학생들이 학업 스트레스 등을 받아 자해행위가 있던 점 등을 파악해 1일 전반적인 학교 운영 사안에 대해 감사에 착수했다”며 “학교폭력에 연루된 사안으로 조사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