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터샷’의 딜레마...뒷전으로 밀리는 선진국 백신 기부, 멀어지는 팬데믹 종식

입력 2021-08-09 15:17 수정 2021-08-0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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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시작으로 미·영·독 추가 접종 추진 움직임
제한된 백신 공급 속 개도국 기부 움직임 둔화 전망
전문가 “세계 접종 우선시해야…추가 정보 기다려라”

▲미국 동북부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덴스의 한 병원에서 보건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주사한 후 주사기에서 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프로비덴스/AP연합뉴스
▲미국 동북부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덴스의 한 병원에서 보건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주사한 후 주사기에서 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프로비덴스/AP연합뉴스
선진국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추가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스라엘과 독일, 영국에 이어 부스터샷에 신중하던 미국까지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부국들이 부스터샷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저개발국가에 대한 백신 기부 약속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전 세계의 코로나19 종식이 더 멀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8일(현지시간) NBC와의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한 부스터샷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고령층의 백신 예방효과가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하고 있다”며 “노인과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부스터샷이 우선 접종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이르면 내달 3차 접종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국들이 부스터샷에 나서면서 가뜩이나 더딘 백신 기부가 더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중·저소득국 국가에 코로나19 백신 2억 회분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밝혔지만 2일 기준 기부 물량은 710만 회분에 불과하다.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내년 6월까지 1억 회분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영국은 이제서야 900만 회분 공급에 착수한 상태다. 미국은 전 세계에 1억1000만 회분 이상의 백신을 기부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종식에 필요하다고 추산한 물량인 110억 회분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선진국들의 부스터샷 접종 계획에 대해 “이 같은 결정은 유럽연합(EU)이 남미 및 아프리카에 기부하기로 한 백신 물량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왔다”며 “글로벌 백신 공급량이 제한돼 있는 만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델타 변이 확산과 백신 공급 부족에 빈국들의 코로나 상황은 더 악화할 전망이다. 고소득 국가들은 인구 100명당 약 100회분의 백신 접종이 이뤄진 반면 저소득 국가들은 100명당 1.5회분에 그친 상태다.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는 한 번이라도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전체 인구의 50%에 육박한 반면, 아프리카·중동·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1차 접종률이 한 자릿수를 넘지 못한 나라가 대다수다. 아프리카의 1차 접종률은 4%를 밑돌고 있으며, 아시아는 10%를 간신히 넘겼다.

문제는 전 세계 백신 접종률이 동반 상승하지 않는 한, 코로나19 종식도 요원하다는 데 있다. 선진국들이 개도국 백신 접종을 외면한 채 자국의 부스터샷만을 우선할 경우 모두가 다 위험에 빠지는 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에 세계가 물류와 교역으로 연결된 초연결 시대에 개도국의 집단 면역이 이뤄지지 않으면, 계속되는 변이 바이러스 속에서 선진국 국민의 안전 또한 담보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안드레아 테일러 미국 듀크대 글로벌 보건혁신센터 부국장은 “선진국들이 전 세계 감염을 끝내기보다 자국 내 추가 접종을 우선시한다면, 선진국 국민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더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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