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럭셔리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하면서 이커머스 업계가 명품 사업을 앞다퉈 강화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 1위 네이버가 ‘럭셔리’ 카테고리를 신설하며 명품 사업에 뛰어들었고 SSG닷컴과 무신사, 롯데온도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유치와 직매입 사업으로 맞불을 놨다. 온라인 명품의 터줏대감인 머스트잇과 트렌비는 투자를 적극 유치해 방어 태세를 높였다.
9일 이투데이가 시장조사전문업체 유로모니터에 문의한 결과 지난해 국내 온라인(이커머스) 명품 시장 규모는 1조595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조4370억 원)보다 11% 증가했으며, 5년 전인 2015년(1조455억 원)과 비교하면 52% 커진 수치다.
전체 명품 시장에서 온라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2015년 8.6% 수준이던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2017년 9.3%, 지난해에는 10.6%로 처음으로 10% 벽을 넘어섰다. 명품 10개 중 1개가 모바일이나 온라인으로 팔리는 셈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온라인 명품 결제의 70%를 10~40대가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부모 카드로 결제하는 10~20대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2030의 실제 비중은 55% 가량으로 추정된다.
특히 명품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온라인몰과 명품 쇼핑 플랫폼 등을 통한 MZ세대의 온라인 명품 소비 규모는 전년 대비 각각 80%, 75% 증가했다. 실제 온라인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은 2018년 거래액 중 10대와 20대,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78%를 차지했는데, 이듬해에는 이 수치가 80%, 작년에는 87%로 뛰었다.
온라인 쇼핑 1인자 네이버는 지난달 29일 ‘럭셔리’ 카테고리를 신설해 베타 서비스에 나섰다. 여기에는 무스너클과 몽블랑를 포함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스위스퍼펙션, 산타마리아노벨라, 비디비치 등 68개 럭셔리 브랜드가 입점했다. 올 3월 신세계그룹과 지분 맞교환으로 '혈맹'을 맺은 네이버는 신세계의 명품 부티크 개설도 별도로 추진 중이다.
카카오커머스도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명품 브랜드를 꾸준히 입점시키고 있다. 지난달 입점한 에르메스를 포함해 샤넬과 디올 등 화장품부터 구찌와 버버리 등 패션 잡화, 티파니 등을 판매하기 시작한 카카오커머스가 판매하는 명품 브랜드는 약 130개에 달한다.
특히 카카오는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3522억 원, 영업이익 1626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42%, 66%의 역대 최고 증가율을 보였는데,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명품 브랜드 입점으로 객단가가 상승하고 있다”고 짚기도 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카카오커머스를 통한 명품 거래액은 지난해 24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SSG닷컴은 7월 리치몬트 그룹의 이탈리아 시계 브랜드 ‘파네라이’를 국내 온라인 최초로 선보인데 이어 이번에는 ‘피아제(PIAGET)’를 단독 입점시켰다. 롯데온은 작년 11월 직수입 편집샵 엘부띠끄(L.BOUTIQUE) 서비스를 내놨고, 올해 5월에는 스위스 시계 브랜드 ‘브라이틀링’ 브랜드관에 이어 최근에는 ‘명품ON’ 카테고리를 마련했다. 쿠팡도 최근 C.애비뉴 카테고리 내 명품 뷰티 코너를 론칭했다.
이커머스 업계 전반이 럭셔리 사업에 뛰어들면서 기존 온라인 명품 시장을 호령하던 전문 플랫폼의 방어 태세도 높아졌다. 머스트잇은 지난해 7월 15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케이투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로부터 13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끌어냈다. 이때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2300억 원으로 누적 투자금은 280억 원에 이른다.
트렌비는 지난 3월 IMM인베스트먼트과 뮤렉스파트너스, 한국투자 파트너스에 이어 신규 투자자 에이티넘 인베스트먼트가 참여한 220억 원의 C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2019년 시리즈A를 시작으로 3년간 누적 투자액은 400억 원에 달한다. 현재 영국과 미국에 물류센터를 직접 운영 중인 이 업체는 5월 이탈리아 밀라노에 6번째 글로벌 거점을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가 명품 구매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패션의류나 신발, 액세서리 등 중고가 럭셔리 제품은 온라인 세상이라고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이커머스를 비롯해 각 명품 브랜드까지 온라인 사업은 계속해서 강화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