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백신 사전예약시스템이 50세 이상 접수가 시작된 지난달 23일 전후로 접속이 안 되는 먹통 현상이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민간 협력 업체 중 하나인 베스핀글로벌이 네이버, 카카오, LG CNS와 함께 시스템 안정화 작업을 나서고 있다. 베스핀글로벌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3일 현장 점검에 나서기도 해 업계의 시선을 끌기도 했다. 베스핀글로벌은 창업 수년 만에 15배 이상 매출 규모를 키우며 급성장하고 있다. 다만 성장세에 미치지 못하는 수익성과 취약한 재무안정성이라는 불안 요소도 있다.
베스핀글로벌은 2015년 설립된 국내 2위 클라우드 MSP(매니지드서비스사업자) 업체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예약시스템과 관련해 개선을 위한 클라우드 기반의 애플리케이션, 본인인증 연계 기술 등의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한주 대표와 그의 부친 이해민 전 삼성전자 사장(현 베스핀글로벌 회장)이 창업했다.
베스핀글로벌은 창업 이후 삼성전자의 클라우드 전환 사업을 따내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기아차와 한화테크윈, SK텔레콤 등 대기업 계열사를 비롯해 직방과 올룰로 등 스타트업으로까지 산업계 전방위로 고객사를 늘려갔다.
베스핀글로벌의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고객사가 늘면서 매출은 급격히 커졌다. 회사는 2017년 별도기준 94억 원의 첫 매출이 발생한 이래 2018년 356억 원, 2019년 841억 원에 이어 작년에는 1594억 원을 기록했다. 2018년부터 매년 두 배가량씩 성장한 것으로, 2017년과 비교하면 매출 성장률이 1595.7%에 달한다.
다만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의 지속적인 투자로 수익성은 매출 성장세를 뒤따라가지 못했다. 베스핀글로벌이 2017~2020년 4년간 기록한 누적 영업손실은 연평균 308억 원씩 총 1231억 원에 달한다. 이때 발생한 누적 순손실은 1238억 원이다.
아울러 이러한 연속된 적자는 베스핀글로벌의 재무 안정성 훼손으로 이어졌다. 회사는 작년 기준 결손금이 -1283억 원이다. 이 때문에 자본총계는 107억 원으로 납입자본금 450억 원에 미달하는 일부 자본잠식 상태에 있다. 그마저도 지난해 37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해 맞춘 수치다. 전년에는 자본총계가 아예 마이너스였던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있었다.
베스핀글로벌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올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매출 2000억 원 돌파 이야기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회사의 매출 원가율이 갈수록 낮아지는 등 수익 개선 추이가 보이는 점도 고무적이다. 3년새 매출 원가율은 111.7%에서 90.1%까지 낮아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동종업계 대비 높은 원가율과 높은 판관비는 턴어라운드의 저해 요인으로 꼽힌다. 단순 산식으로 현 원가율과 판관비 수준에서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려면 4500억 원가량의 매출은 발생해야 한다.
회사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턴어라운드 시기를 구체화하지는 않았다. 적자는 MSP 사업 특성에 따른 것으로 구독형 서비스는 사업 초반 적자로 돌아가게 돼 있다”며 “현재 3000여 곳의 고객사를 두고 있는 등 기술과 인력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이는 계약 종료 전까지 안정된 매출이 발생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