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기본소득 국가 아직 없어
◇소득 지원, 저소득 가구에 효과 커 = 연 소득 2억 원 이상 구간에서 소득 증가 1만 원당 소비지출은 280원에 불과했다.소득이 소비로 풀리지 않고 금융자산, 실물자산 등 다양한 형태의 비생산적 자산으로 축적되면서 재정지출의 의미가 사라진 것이다. 그나마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소득층은 소득이 늘수록 자동차 등 내구재나 사치품 지출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만 보면 고소득층 소비 1만 원이 저소득층 소비 5000원보다 작을 수 있다.
연 소득 7000만 원 미만 가구에선 소득 1만 원당 소비지출 증가가 2460원이었다. 가구 경상소득의 20% 이상이 조세 등 비소비지출로 빠지는 점을 고려하면, 늘어난 소득의 상당분이 소비지출로 쓰인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등 필수지출이다.
이런 점은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설계하는 과정에도 반영됐다.
분석 자료에서 표본가구(1만8064가구)의 연 소득별 비중은 3000만 원 미만이 32.9%, 3000만 원 이상 7000만 원 미만은 36.9%, 7000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은 13.9%, 1억 원 이상 2억 원 미만은 11.5%, 2억 원 이상은 1.7%였다. 7000만 원 미만 가구는 전체 가구의 69.8%로, 1차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으로 고려됐던 소득 하위 70%와 유사하다.
가구 소득을 분위로 따졌을 때, 하위 70%가 넘어가면 재정으로 소득을 늘려줘도,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야권에서 기본소득제를 비판하는 주된 이유다.
◇스위스 기본소득 국민투표 부결 = 해외서도 도입한 곳 없어 = 해외에서도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도입에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위스에선 2016년 기본소득제 도입과 관련한 국민투표가 있었으나, 76.7%의 반대로 부결됐다. 핀란드에선 2017년 1월부터 2년간 복지정책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목적으로 기본소득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나, 프로젝트가 실제 제도 도입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 밖에 미국과 캐나다, 브라질,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코틀랜드, 인도, 케냐, 독일 등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 중이다.
기본소득 도입 효과에 대한 유의미한 결과는 아직 도출되지 않았다. 2년 만에 중단된 핀란드 실험에선 기본소득이 국민의 근로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국민투표에서 투표 참여자들이 기본소득에 반대했던 이유 중 하나도 근로 의욕 감소였다.
한국에선 아직 기본소득 효과와 관련해 이렇다 할 실험이나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 국민의 주머니를 늘리면 소비가 늘어 지역경제가 활성화할 것이란 막연한 기대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