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차 안에서 일어나자마자 새벽배송으로 온 아침거리를 확인하고 집에 들어가면서는 부푼 마음으로 집 앞으로 배송된 물건들을 확인하는 모습 또한 어느덧 익숙한 풍경이 됐다. 이처럼 전자상거래는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익숙해진 것은 단지 전자상거래가 가져다 주는 혜택만은 아니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언박싱’한 제품이 손상돼 있기도 하고, 막상 그러한 제품을 반품하려면 힘들게 시비를 가려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때로는 물건이 배송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처럼 전자상거래에서 발생하는 각종 소비자 문제들도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실제로 소비자단체가 운영하는 상담센터에 접수되는 전자상거래 관련 소비자 피해 상담은 연간 5만 건을 넘는다.
오늘날 전자상거래는 대부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일어난다. 그러다 보니, 앞서 말한 대부분의 소비자 피해 역시 온라인 플랫폼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온라인상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플랫폼을 중심으로 개편된 새로운 거래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전자상거래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 역시 통신판매와 함께 규율했던 이전의 체계를 넘어 소비자 보호를 위해 작금의 온라인거래에서 중심이 되는 플랫폼 사업자를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라 생각된다.
현재의 전자상거래법은 통신판매 중개자에게 ‘거래당사자가 아니라’는 고지의무를 통해 사실상 책임을 면제해 주고 있어 소비자 피해 발생 예방과 피해 구제 등 사후처리에서 플랫폼의 역할이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1년여 전 한 쇼핑몰에서 수백 건의 배송·환불지연, 연락 두절 등의 피해가 발생해 소비자단체 등은 해당 쇼핑몰이 입점해 있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피해해결을 위해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사업자는 거래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2700여 명의 소비자가 피해를 보았다. 플랫폼 사업자가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는 한 이러한 사례는 얼마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이 수행하는 역할에 따라 책임을 현실화하겠다는 개정안의 취지와 의도는 충분히 공감된다.
한편 개정안은 플랫폼 사업자를 거래상대방으로 오인하게 하거나, 청약접수, 대금 결제 등의 과정에서 플랫폼 사업자의 고의·과실로 인해 손해가 발생할 경우 플랫폼 이용사업자와 연대책임을 부여하고, 고의·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사업자에게 전환해 소비자 피해를 두텁게 보호하고 있다.
사업자에게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으나, 소비자가 사업자의 고의·과실을 증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입증책임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해외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소비자 피해도 급증하고 있으나 해외사업자는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사업자도 법 적용 대상임을 명확하게 해 국내 법을 준수하도록 하고 실효적인 소비자 분쟁 해결과 피해 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역외 적용 규정 및 국내대리인 지정 제도의 도입도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전자상거래법은 단지 온라인에서의 물품이나 서비스의 거래를 규율하는 것을 넘어 디지털 콘텐츠 분야 등 새로운 영역에서의 소비자 보호까지 확장된 역할을 담당해야 하므로, 그만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거래 유형과 거래 방식에서의 소비자 피해를 효율적으로 예방하고 피해를 구제하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정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