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도입을 놓고 당정 간 엇박자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그간 제약사들과 체결한 비밀유지협약을 이유로 백신 선적 전까지 구체적인 공급 물량·일정을 밝히지 않아 왔는데, 여당 대표가 이를 공개한 것이다. 비밀유지협약 위반 논란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는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오전 KBS 라디오에 출연해 “원래 (모더나로부터) 25일 75만 도스(회분), 31일 121만 도스 등 196만 도스를 받기로 한 게 연기된 것”이라며 “어제 권덕철 복지부 장관이 모더나 존 로퍼 부회장, 생산 책임자와 긴급히 회의를 해 다음 주에 130만~140만 도스를 제공받는 것으로 이야기가 됐다”고 밝혔다.
전날 미국 모더나사는 정부에 생산 차질 문제로 이달 말 예정된 백신 공급을 다음 달로 미룬다고 통보해왔다. 송 대표가 언급한 백신 도입 물량·일정은 연기된 물량에 대한 재도입 계획이다.
문제는 구체적인 백신 도입 물량·일정을 사전에 공개한 것이 한국 정부와 모더나사 간 비밀유지협약에 위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이날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부분들이 다른 경로로 공개된 것에 대해 중대본은 다소 유감을 표하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차주에 상당 물량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하는 물량 자체도 비밀유지협약의 대상으로 판단된다”며 “거기에 따라서 페널티도 가능한 사항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비밀유지협약 위반으로 판단되면 공급일정 조정, 공급 중단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그나마 송 대표가 언급한 사안이 이미 확정된 물량에 대한 재공급 계획이란 점에서 협약 위반을 피해갈 여지는 있다. 손 반장은 “지금 물량을 확정해나가는 가운데 비밀유지협약 부분에 대해서도 (모더나사와) 함께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협약 위반 여부와 관계없이 공급 물량·시기가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그는 “확정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물량과 일자는 현재로서는 정확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코로나19 예방접종은 이주 들어 속도를 내고 있다. 전주 10만 명대에 머물던 평일 접종자 수는 1차 접종자는 전날(0시 기준) 61만7251명, 이날 38만756명으로 늘었다. 26일부터 55~59세에 대한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수도권 접종자들에 대해선 도입이 미뤄진 모더나 백신 대신 화이자 백신으로 접종이 실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