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7년엔 고령층 부담 '세계 1위'
홍남기, 피치에 "선제적 총량 관리"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내년 잠재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한 이유는 빠른 고령화와 이에 따른 국가채무 증가 위험 때문이다.
피치는 22일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성장 압박을 우려하며 우리나라의 내년 잠재성장률 전망을 기존 2.5%에서 2.3%로 0.2%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다. 지난해 우리나라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0.84명을 기록해 3년 연속으로 0명대를 기록했다.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된다.
빠른 고령화로 인한 고령층 부양 부담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비율을 의미하는 노년부양비는 지난해 22.4명에서 2067년 102.4명으로 5배 높아져 전 세계 201개국 중 1위를 기록하게 된다.
피치는 재정 전망에 대해선 애초보다 다소 개선됐다고 봤다. 그러면서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전망을 기존 47.8%에서 47.1%로 0.6%P 하향 조정했다. 다만 고령화에 따른 지출 압력이 있는 상황에서 국가채무 증가는 재정 운용상 위험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피치는 6일 진행한 우리 정부와의 연례협의에서 중기적 재정준칙 달성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질의했다. 현재 정부는 2025년부터 국가채무비율을 GDP의 60% 이하, 통합재정수지 적자를 3% 이하로 관리하는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 중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피치에 “2025년 준칙 준수를 담보하기 위해 사전에 선제적 총량 관리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2차 추경 편성 시 약 2조 원 규모의 국가채무를 상환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서는 국채 상환 예산을 삭감하고 재원으로 돌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국채상환예산이 삭감된다면 앞으로의 재정건전성 평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기재부는 우려한다.
정부는 국채상환예산이 포함된 기존의 추경안 틀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 부총리는 15일 국회 예결위 정책질의에서 “30조 원의 초과세수에 세계잉여금 1조7000억 원까지 합한 금액 중 2조 원 정도를 국채 상환에 쓰는 것은 국가재정법에 따라서 최소한만 반영한 것”이라며 “이 정도는 반영돼야 국민 설득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해서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피치는 “최근 한국은행이 통화긴축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기준금리를 올해 1차례, 내년 2차례 25bp(1bp=0.01%p)씩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