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2021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의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3년 연속 파업 없이 잠정안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현대차 노사는 20일 오후 2시부터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17차 교섭을 진행했다. 노사는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며 오후 10시 30분께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사는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차량 반도체 수급난으로 자동차 산업의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는 점에 공감하며 2009~2011년에 이어 10년 만에 두 번째 ‘3년 연속 무분규 잠정 합의’를 끌어냈다.
임금 인상과 성과금 규모는 지난해 경영실적, 올해 경영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
노사가 마련한 잠정 합의안은 △기본급 7만5000원 인상 △성과금 200%+350만 원 △품질향상 및 재해예방 격려금 230만 원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특별 합의 주식 5주(무상주) △직원 사기진작 및 건전한 여가활동 지원 10만 포인트 △코로나19 고통 분담 동참 10만 포인트 △재래시장 상품권 10만 원 지급 등의 내용을 담았다.
사 측이 제시한 기존 안보다 진전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1차 제시안과 비교하면 기본급은 2만5000원, 성과금은 100%+50만 원 상향했고, 격려금도 30만 원 추가 제시했다. 액수로 100만 원이 넘는 주식 5주 지급도 제안했다.
올해 교섭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미래 특별 협약도 체결했다.
노사는 자동차 산업의 격변기에 회사의 미래와 고용 안정 방안을 고민한 끝에 ‘산업전환 대응 관련 미래 특별협약’을 맺었다.
미래 특별협약은 전동화와 미래 신사업 전환기 생존 경쟁에 대응해 국내 공장과 연구소가 미래 산업의 선도 기지 역할을 지속하고, 이를 통해 △고용안정 확보 △부품 협력사 상생 실천 △고객, 국민 신뢰 강화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노사는 내연기관 고수익화, 시장수요와 연동한 적기생산에 매진해 전동화와 미래 신사업 대응을 위한 수익구조를 확보하고 국내 공장, 연구소에 지속해서 투자키로 했다. 미래 신사업 관련 시장 상황, 각종 규제, 생산방식, 사업성 등이 충족되면 품질향상, 다품종 생산체제 전환 등과 연계해 국내공장에 양산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다만 노조가 강하게 요구했던, 또 다른 쟁점이던 '정년 연장'은 추진하지 않는다. 그 대신 현재 운영 중인 '시니어 촉탁제'를 확대 개편하는 안을 잠정 합의안에 담았다.
시니어 촉탁을 적용하는 직군을 확대하고, 계약 종류 이후에도 고용을 유지하는 형태다. '해고자 복직' 역시 경영권에 해당하는 만큼, 사 측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밖에도 PT(파워트레인) 부문 고용안정 대책 마련과 산업변화 대비 직무 전환 교육, 임금체계 개선 등 전동화와 연계한 공정 전환 방안도 지속해서 논의해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자율적인 근무 문화 개선 분위기와 연계해 기존의 노후화한 복지환경 개선에도 합의했다. 식당 환경개선 합의에 이어 울산공장 노후 기숙사 재개발에 나서고, 초과 연장근로 수당 개선과 학자금 대출 지원 프로그램 등 일반, 연구직의 처우도 개선하기로 했다.
부품 협력사를 상생 지원해 자동차 산업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데에도 뜻을 모았다. 회사는 협력사 경영난 해소를 위해 1200억 원을 출연한 △상생 특별보증 △동반성장 펀드 등 금융지원 프로그램과 부품 협력사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2874억 원을 출연한 △미래 성장 상생 펀드 △2, 3차 협력사 전용 펀드 등을 지속 운영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산업 대 전환기에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노사가 합심해 재해 예방과 품질 경쟁력을 높여 미래 모빌리티 시대 ‘글로벌 탑 티어’로 도약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라고 밝혔다.
노조는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오는 27일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합의안은 최종 가결된다. 투표가 가결되면 8월 초로 예정된 여름 휴가 전에 조인식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잠정 합의안이 부결되면 노사는 새로운 제시안을 만들어 다시 교섭에 나서야 한다. 이 경우 교섭 일정은 휴가 이후로 넘어가며, 재차 파업 등 쟁의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합의안이 최종 가결되면 현대차 노조는 3년 연속 파업 없이 교섭을 끝내게 된다. 2019년에는 파업 투표를 가결했지만, 한일 무역분쟁 여파로 실행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파업 투표 자체를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