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산업은행과 한화그룹이 인수조건에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사실상 매각협상 결렬 수순에 돌입했다.
특히 최근 한화가 산은측에 대우조선 분할 매입 등 새로운 인수조건을 내밀었지만 산은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러한 관측이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한화의 요구사항에 대한 최종 입장을 다음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산은 관계자는 "한화의 요구사항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공동매각추진위원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화측에서 추가 수정안이 없다고 하는 만큼 우리도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달 30일 본계약까지 열흘 남짓 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산은의 이번 발표가 최종입장을 조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인다.
앞서 한화는 산은측에 갤러리아백화점 매각을 포함한 자금조달계획과 함께 대우조선 지분 분할매입을 제안해 놓은 상태다.
한화는 대우조선 지분 50.4% 중 30.2%만 우선 인수하고 나중에 잔여 지분을 매입하는 분할 인수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산은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분할 인수 방안은 당초 대우조선 매각을 추진할 때의 방향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특혜 논란이 따를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애당초 분할 인수가 가능하다고 발표했다면 더 많은 인수의향자들이 나왔을 것이므로 한화가 우선협상자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산은과 한화가 극적인 협상 타결을 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며 사실상 대우조선 매각이 무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은이 한화가 제시한 최종 분할매입안에 대해 허용할 수 없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은 내부에서는 이미 '거래는 깨졌다'고 보는 분위기다.
산은 관계자는 "한화가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음달에 산은 내부 인사가 있어 (누군가 책임지고) 결정할 상황이 못될 뿐"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양측은 인수계약 성사보다 '무산'될 경우에 대비한 명분 쌓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인수 무산에 따른 여론의 뭇매와 책임 공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행보증금 3000억원의 반환 문제도 얽혀 있다.
한화 측은 이미 법무팀 및 외부 변호사를 통해 이행보증금 반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행보증금의 일부를 되돌려받을 수 있다는 게 한화 측의 생각이다.
한화 관계자는 "양해각서를 체결할 때 산은은 대우조선 노조쪽에 노조와 협상이 이뤄져야만 정밀 실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확인실사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정상적인 매각과정이 진행됐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산은의 책임론도 부상하고 있다.
대우조선에 대한 실사를 하지 못하도록 한 노조와 이를 관리하지 못한 산은의 책임도 크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