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ㆍ인테리어 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온 한샘이 사모펀드에 팔린다.
한샘은 14일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조창걸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을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가구 업계에서는 한샘이 승계 문제를 풀기 위한 답으로 매각을 선택했다고 본다.
조 명예회장이 1939년생으로 고령인 데다 그간 경영 승계 의사도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지금이 ‘매각 적기’일 수 있단 것이다.
그간 한샘은 승계보단 매각을 중심으로 고려해왔다. 조 명예회장은 1남 3녀를 뒀지만, 장남은 2012년 사망했다. 남은 세 자매의 경우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 왔다. 차녀인 은희 씨가 한샘 미국법인에서 근무 중이지만 임원 승진 등 상속에 관한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한샘 창업주인 조 명예회장은 1994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이후 한샘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원칙으로 삼았다.
2018년 한 차례 조 명예회장이 한샘을 매물로 내놓아 국내 대기업이 협상을 벌인 적도 있다. 다만 당시 인수 가격을 놓고 협의가 불발돼 매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한샘이 연일 매출 호조를 이어가며 몸값을 크게 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집콕’ 문화가 퍼지면서 가구·인테리어 업계가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 부동의 1위로 지목돼온 한샘은 더욱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한샘은 지난해 매출 2조 원을 넘긴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연결 기준 매출액 5531억 원, 영업이익은 252억 원을 각각 기록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샘 매출이 크게 오르면서 몸값도 함께 뛰지 않았나”며 “이를 고려하면 어쩌면 지금이 매각하기엔 최적의 타이밍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매각 가격을 1조3000억 원가량으로 예측하고 있다.
예정대로 지분 매각이 이뤄지면 조 명예회장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다.
조 명예회장은 2015년 3월 ’태재재단’에 개인 보유 한샘 지분의 절반인 11.04%(260만 주)를 출연한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5.52%(166만 주)를 출연했다. 이번에 지분 매각을 통해 나머지를 기부하면 출연이 완결된다.
태재재단은 조 명예회장이 한국의 미래를 개척할 전략을 개발하고, 미래의 세계와 한국을 이끌어 갈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설립한 공익법인이다.
매각 이후에도 한샘은 오프라인 강점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중심 성공모델 창출, 국내시장을 넘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 스마트홈 중심의 미래 디지털시대 선도 기업 등 기존의 사업과 장기 경영 목표를 변함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