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을 놓고, 보완입법 요구와 시행령 제정 건의사항 대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한목소리로 정부를 비판했다. 경제계는 최저임금을 비롯한 최근의 주요 경제현안에서 외면받았다며 강하게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4일 주요기업 안전·보건 관계자 및 업종별 협회가 참석한 ‘중대재해법 시행령 관련 산업계 긴급 대책회의’를 온라인으로 열었다. 이번 대책회의에는 조선·자동차·타이어·반도체·디스플레이·건설·철강·석유화학·정유 등 우리나라의 경제를 선도하고 있는 주요업종의 안전보건관계자가 참석했다.
경영계는 “법률상 모호했던 경영책임자 의무가 시행령에서조차 매우 불명확해 어느 범위(수준)까지 의무를 이행해야 법 준수로 인정되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시행령 제정안에 대한 비판과 함께 합리적인 법령제정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제기했다.
일부 업종에서는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회사 대표이사가 매년 수사 및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 긴급회의는 사실상 산업계의 마지막 수단이자 최후의 보루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대재해법은 내년 시행을 앞두고 지난 12일부터 시행령 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다음 달 23일까지 입법 예고기간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경총은 대책회의 결과 등 산업계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한 경제계 공동건의서를 향후 정부부처에 제출할 계획이다.
산업계는 그간 경영계 현안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에 목소리를 내왔으나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며 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기업들에 불리한 주요 경제 이슈들이 일제히 시행되거나 논의가 시작됐다.
먼저 이달 6일 개정 노조법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해고자·실업자의 노조가입이 가능해졌다. 경영계는 실업자와 해고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이 허용되면 노조의 강경 투쟁으로 노사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같은 날부터는 2013년 이후 처음으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개편 논의가 시작됐다. 이번 논의 결과에 따라 노조가 유급 전임자를 몇 명이나 둘 수 있는지에 관한 기준인 근로시간면제 한도가 8년 만에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1일부터는 주 52시간제 시행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경총에 따르면 50인 미만 기업 중 26%는 제도 시행 준비가 안 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에는 2022년 적용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5.04% 인상된 시급 9160원으로 결정됐다. 경영계는 “경제 발목을 잡는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지불능력 등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대재해법 마저 기업들의 의견이 미포함될 것으로 보이면서 경영계가 크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가 노조의 주장만 받아들이고 있다. 경영계 입장에서는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라면서도 “노동단체처럼 집단 파업이나 시위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계속해서 국회나 정부에 호소하는 것 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