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 문재인' 행보를 이어오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번엔 진보학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윤 전 총장은 최 교수와 대화를 통해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정과 상식이 바로 선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 캠프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12일 서울 모처에서 최 교수와 오찬을 갖고 '한국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만남은 2시간 45분간 진행됐다. 최 교수는 진보 성향 정치학자지만,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권력화, 촛불 혁명 이후 민주주의의 퇴보 등을 주장해왔다.
이날 윤 전 총장과 만남에서도 청와대 권력화에 대해서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한국의 정치 상황은 대통령 권력이 초 집중화되면서 국가가 굉장히 확대 강화됐다"며 "정당 체제 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폐청산을 모토로 하는 과거 청산 방식은 한국 정치와 사회에 극단적 양극화를 불러들이고,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 분열을 초래했다"며 "진보 정치가들을 입만 열면 개혁을 주장하게 하는 개혁꾼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그런 상황이 정권 교체의 역사적 소명과 신념을 강화한다"며 "정권교체를 하지 않으면 개악(改惡)을 ‘개혁’이라 말하는 ‘개혁꾼’들, 독재·전제를 민주주의라 말하는 선동가들, 부패한 이권 카르텔이 지금보다 더욱 판치는 나라가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최 교수는 자유주의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지금 한국에서 민주주의 위기는 자유주의적 기반이 허약한 데서 비롯된다"며 "자유주의는 반드시 다원주의를 동반해야 하며 노동, 소외계층에 관한 관심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유주의가 없으면 민주주의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자유주의는 민주주의의 건강한 작동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은 "크게 공감한다"며 "자유민주국가에서 나의 자유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자유와 존엄한 삶도 마찬가지로 소중하다"고 말했다. 이에 최 교수가 "지금이 보수는 비어있는 공간에서 자유를 신봉하는 국가와 사회관계의 구조를 대변하는 세력으로 재건될 수 있다"며 "자유주의적 다원주의의 공백을 채우는 작업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하자 윤 전 총장은 "과학 기술과 경제 사회 제도의 혁신, 자유주의 정신이 필수"라고 얘기했다.
아울러 최 교수는 윤 전 총장에게 "한국 정치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촛불시위 이후 민주주의를 위협할 정도로 강도가 높아진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윤 전 총장은 "적극적으로 동감한다"며 "지금의 심각한 우리 사회 갈등과 분열을 완화, 해결하는 이 시대 리더십의 필수 조건이라고 믿고 있다"고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