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파업 대신 사 측과 집중 교섭에 나선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지부는 13일 오후 2시 시작한 중앙쟁의대책위원회에서 사 측이 발송한 교섭 재개 요청을 두고 논의한 결과 교섭을 재개하기로 결론지었다. 차기 교섭은 이튿날인 14일로 확정했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지난달 30일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 돌입 여부를 물었고, 83%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까지 받아내며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했다.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파업 가능성이 커지자 지난 9일 이상수 노조 위원장을 직접 만나 교섭 재개를 요청했고, 이날 오전에는 공문까지 보냈다. 이에 노조는 내부 논의를 거쳐 교섭 재개를 결정했다.
노조는 이날(13일)부터 오는 20일까지를 집중교섭을 위한 성실 교섭 기간으로 설정했다. 이 기간 집행부가 집중 교섭에 나서는 한편 근로자들은 파업 없이 정상 근무한다.
집행위원은 이날부터 정문에서 유인물을 배포하고, 3개 조로 나눠 철야농성을 진행하는 등 투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노사 모두 8월 초로 예정된 여름 휴가 이전에 교섭을 타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어 분규 없이 교섭이 마무리될 수도 있다.
다만 노조가 사 측이 제시할 교섭안을 수용하지 않거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파업 등 쟁의 행위가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쟁의가 현실화하면 현대차 노조는 3년 만에 파업하게 된다. 2019년에는 파업 투표를 가결했지만, 한일 무역분쟁 여파로 실행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파업 투표를 하지 않았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임금 9만9000원(정기ㆍ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금 지급 △정년연장(최장 만 64세) △국내 공장 일자리 유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생산을 이어가며 경쟁사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거둔 만큼, 임금 인상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