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와 실명확인 계좌 발급을 맺은 은행들이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임시 연장 결정을 내렸다. 가상자산 사고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은행 '책임론'이 강조되면서 재개약 여부를 거래소 신고 기한까지 연기하기로 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 NH농협은행, 신한은행은 각각 업비트, 빗썸·코인원, 코빗과 실명확인 계좌 발급계약 연장 결정을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상 가상화폐 거래소의 신고 기한인 9월 24일까지 미루기로 했다.
당초 업비트 계약은 지난달 말, 빗썸·코인원·코빗 계약은 이달 말 각각 끝날 예정이었다.
지난달 업비트와의 실명계좌 제휴가 만료된 케이뱅크는 재계약 시점을 금융위 신고기한인 9월 24일로 미뤘다. 그 전까지는 자체 심사를 진행하고, 금융위 심사를 통과하면 자연스럽게 재계약을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현재 업비트 평가는 진행 중"이라며 "9월 24일까지 서비스는 계속될 것이다. 재계약 여부와 무관하게 심사나 신고 수리 과정 중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서비스 이용은 계속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고 전까지는 자체 심사를 진행하고, 금융위 심사를 통과하면 자연스럽게 재계약을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은행은 빗썸, 코인원과 이전에 계약한 기준대로 예비평가를 한 뒤 다음달 1일부터 9월 24일까지 단기 재계약을 할 예정이다.
이달 신한은행도 코빗과 계약이 이달 말 만료되지만, 9월 24일까지 연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9월 24일까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계좌 등 전제 조건을 갖춰 금융정보분석원(FIU) 신고를 마치지 않으면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한다. FIU가 신고를 심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다음달 안에는 은행들이 본 평가를 진행하고 실제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은행들이 가상자산 거래소와 재계약에 망설이고 있는 이유는 금융당국의 엄포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의 검증 책임을 은행에 거의 전적으로 맡긴 상황에서 은행들은 기존 계약을 이어가는 것이 좋을지 판단을 미룰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은 다른 거래소에도 검증의 기회를 주려면 금융당국이 계약 후 사고가 나더라도 은행에 책임을 묻지 말아 달라며 '면책권'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은행에 책임이 있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나 "더는 그런 말(면책 요구) 안 했으면 좋겠다"며 "은행 스스로 판단해서 준비되면 신청하면 되고, FIU는 그 기준에 따라 등록을 받아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래소 검증 책임을) 은행에 다 떠넘긴다고 하지 말고, 그게 은행이 할 일"이라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