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상승세 유지 관측 속 7말8초부터 하향안정 전망도
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거리두기 강화조치가 내려진 9일엔 장중 한때 1150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작년 10월13일 장중기록한 1151.4원 이후 9개월만에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달러화 강세 분위기와 미·중 갈등 와중에 코로나19 재확산까지 겹쳤기 때문이라고 봤다. 다만, 향후 전망과 관련해서는 다소 엇갈린 진단을 내놨다. 상황 변화를 줄만한 이슈가 없다는 점에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가하면, 최근 급격히 올랐다는 점에서 횡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2주간의 4단계 거리두기를 거치고 나면 되레 하향안정화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 테이퍼링 시사한 6월 FOMC를 전후로 달러화 강세 본격화 = 전문가들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시사했던 6월 미국 연준(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달러화 강세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고 봤다. 그 이면엔 미국과 유럽간 경제회복차가 있다는 평가다.
안영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은 유동성 공급의 상대비로 볼 수 있다. 테이퍼링을 가시권에 둔 미국과 되레 기존 자산매입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유럽간 차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미국 테이퍼링 영향이 크다. 긴축에 가깝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타 국가들에서도 자본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델타바이러스 등 변이바이러스 확산 우려와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문정희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물가상승과 경기과열, 미국과 한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등 요인에 원·달러가 상승할 것으로 봤다”면서도 “여기에 더해 여름엔 줄어들 것으로 봤던 바이러스가 크게 확산하면서 경기하강 우려가 더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김소영 교수는 “코로나 전개상황이 명확치 않다. 경기회복을 확신하던 상황에서 (거리두기가 강화된) 2주일 안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나 더 오래간다면 영향을 줄 것”이라며 “테이퍼링 진행여부 주요하게 볼 변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신흥국에서 자본유출 위험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실제 자본유출이 얼마나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다만 코로나19 초기 때보다 환율이 더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발발 초기였던 작년 3월19일 원·달러는 장중 한때 1296.0원까지 치솟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7월14일(1306.0원, 장중기준) 이후 10년8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 사태가 잦아들기 전까진 원·달러가 떨어지긴 어려운 환경”이라며 “2주 정도는 거리두기 여파가 있다보니 원·달러가 오를 수 있겠지만 1140원을 넘어 1200원까지 수직상승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동성 환경이 나쁘지 않아 원·달러는 당분간 횡보할 것”이라면서도 “7월말 백신보급이 대량으로 이뤄지고 코로나가 잦아들면 원·달러는 되레 1130원 내지 1140원대로 떨어질 수 있겠다”고 예상했다.
안영진 이코노미스트는 “방향성은 우상향이다. 다만 빨리 오른감이 있다. 기술적으로도 당분간 1150원선에서 횡보하며 공방을 벌일 것”이라면서도 “선진국의 서비스업지표가 기대이하다. 중국에선 플랫폼 규제, 미국에선 반도체 산업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미중 다툼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런 리스크가 얼마나 더 심화하느냐가 원·달러 상단을 결정하는 요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다음주와 이달말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와 미 연준 FOMC도 지켜볼 변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문정희 이코노미스트는 “7~8월엔 바이러스와 함께 정책 혼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며 “바이러스 상황과 함께 다음주 한은 금통위와 이달말 연준 FOMC도 지켜볼 변수다. 상황에 따라 시장이 많이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