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업계, 반도체에 명암 엇갈려…도요타, 미국서 사상 첫 1위

도요타 2분기 신차 판매, GM보다 577대 많아
동일본 지진 교훈 등 발판으로 부품 사전 확보
GM이 1위 뺏긴 것은 23년 만에 처음
수급 관리 잘한 BMW도 다임러 제쳐

▲미국 뉴욕의 도요타 매장에 전시된 차량. 뉴욕/신화뉴시스

품귀 현상을 빚는 반도체 문제에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잘 유지했다는 평을 받는 일본 도요타와 독일 BMW는 약진하고 제너럴모터스(GM)와 다임러 등은 주춤하는 모습이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요타는 2분기 미국에서 68만8813대 차량을 판매해 시장 1위를 차지했다. GM에 불과 577대 앞선 기록이지만, 도요타의 미국 1위는 이번이 처음이다.

GM은 1998년 포드에 잠시 자리를 내준 후 줄곧 미국 1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후 반도체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업계 판도에 변화가 생겼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 대부분 자동차 업체는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 차량 생산과 부품 주문을 함께 줄였다. 반면 도요타는 안정적인 재고 확보에 초점을 맞춘 덕에 예상을 뛰어넘는 수요 급증에도 대응할 수 있었다. WSJ는 도요타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교훈 등으로 반도체와 같은 핵심 부품을 여유 있게 확보해 온 효과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도요타는 반도체와 핵심 부품은 4개월분 비축하고 있다.

리서치 업체 LMC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자동차 업체 대부분의 공장 가동률이 50~60%이지만, 도요타는 90%를 웃돈다.

▲분기별 도요타(빨강)와 GM(파랑) 미국 판매량 추이. 올해 2분기 도요타 68만8813대 / GM 68만8236대.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BMW도 2분기 미국 신차 판매가 9만6561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늘면서 럭셔리차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경쟁사 다임러보다 1만4171대 많이 판매했다. BMW의 1위 기록 역시 반도체 수급 관리에서 비롯됐다.

마크 코헨 BMW 부사장은 블룸버그통신에 “우리는 반도체를 더 잘 관리해 왔다”며 “이는 딜러들의 주문에 경쟁사보다 더 잘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이 제한적이거나 이전보다 적더라도 다른 브랜드처럼 중단되지는 않았다”며 “현재 배송 중인 제품은 2개월 전에 주문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BMW는 관리 비결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코헨 부사장은 “독일에서 미국으로 차를 들여오는 데 3개월이 걸리지만,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턴버그 공장은 출하까지 6~8주 걸린다”고 밝혀 현지 공장 재고가 비교적 여유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독일 다임러와 영국 재규어랜드로버(JLR) 등은 반도체 부족을 이유로 출하 전망을 하향했다. JLR는 2분기 매출이 애초 전망한 수준보다 5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고, 다임러는 2분기 전 세계 판매 증가율이 최대 2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JLR 측은 “반도체 부족 현상이 현재 매우 역동적이라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연말과 그 이후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JLR 모기업인 인도 타타모터스 주가는 8.4% 급락했고 다임러는 1.8% 빠졌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코로나19 봉쇄로 전자기기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작된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내년까지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컨설팅 업체 앨릭스파트너스는 이 문제로 자동차 업계 매출이 1100억 달러(약 125조 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