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도쿄올림픽 개최와 민심

입력 2021-07-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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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전 총리 발언에 “일본인 대부분이 반일적이라는 말인가” 분노

3일 집중호우로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약 80명이 실종되었다. 시즈오카현에서는 산사태가 일어난 곳이 있었고 강이 범람한 곳도 있었다. 도쿄 주변 지바현이나 가나가와현에서도 침수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의 일기예보를 봐도 비구름이 계속 일본열도 중심부를 덮고 있어 해당 지역에서는 호우에 의한 피해가 예상된다.

일본은 요즘 매년 이 시기가 되면 물난리로 희생자가 상당히 많이 나온다. 지난해 7월 4일 규슈에서 호우로 약 80명이 사망했다. 올해는 1주기를 맞아 희생자 유족들이 강물에 꽃을 흘려보내는 행사를 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그때 집을 잃은 사람들이 많았고 3700명 정도가 지금도 가설주택에 거주하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도 도쿄올림픽은 7월 23일 개막을 앞두고 있고 정부의 강행 의지에도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도 언제 호우에 의한 피해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밖에서 하는 올림픽 경기는 돔 경기장이 아닌 이상 호우로 경기 자체가 취소될 우려가 있다. 일본의 장마 시즌이 원래 6월이었는데 최근에는 7월로 이동했고 앞으로 9월까지는 언제든지 수해가 일어날 우려가 있는 시기에 돌입했다.

이럴 때 옛날의 일본이었으면 복구도 빨랐는데 최근에는 상당히 지연되는 상황을 보인다. 아베 신조 정권 말기쯤부터 자연재해는 중앙정부보다 지자체가 스스로 해결한다는 방침으로 변경되었는데 그로 인해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추세다. 특히 2019년 가을의 수해나 태풍 피해 때 일본 정부는 국민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아 피해가 막대했다. 스가 요시히데 현 총리는 전임자보다는 국민을 돕는 자세를 보이나 복구는 지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변이주 때문에 도쿄올림픽 경기장 수용인원도 계속 변경되고 있다. 원래 정부는 경기장에서 수용 가능한 관중의 50%까지, 최대로는 1만 명까지 받아들일 방침이었다. 그러나 지금 진행 중인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20)에서 감염이 확산된 것을 보고 정부는 마음을 바꿨다. 영국 런던에서 2000명 가까이 감염이 되었다는 보도를 보고 일본도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도 처음으로 도쿄올림픽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 때 경기장 수용인원수를 50%까지, 최대 5000명으로 변경했다. 개막식과 폐막식은 무관중으로 하기로 했고 밤 9시 이후로 예정된 경기도 무관중으로 하기로 했다. 축구, 야구, 소프트볼 경기 등은 밤 9시 이후에 시작되는 것이 많아 무관중으로 한다면 일본 응원단들이 욱일기를 흔들지 못해 한국 입장으로는 좋다.

일본 초·중·고교 학생들의 올림픽 경기 관람 계획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원래 수도권 초·중·고교에서는 학교 단위로 여러 올림픽 경기에 학생들을 동원해서 관람시키려는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반대가 커서 결국 많은 학교가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 체육 시간이 취소됐는데 왜 올림픽 경기를 관람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일본 학생들은 올림픽 경기 관람을 기대하고 있었을 테지만 경기장에서의 집단 감염을 차단할 수 있다고 아무도 단언할 수 없고 인솔해 가는 선생님들이 가장 위험해서 단체관람 취소는 당연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올림픽 문제로 아베 전 총리가 다시 구설에 올랐다. 아베 전 총리는 ‘Hanada’라는 우파 성향의 주간지 대담에서 “일부 반일적인 사람들이 도쿄올림픽 개최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발언했고 그 발언이 소셜미디어로 확산했다. 아베 전 총리의 이 발언은 올림픽 취소를 호소한 일본공산당이나 아사히신문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그런데 많은 일본인이 “그렇다면 일본인 대부분이 반일적이라는 말인가”라고 분노하기 시작했다. 올림픽 개최에 반대하는 사람 비율은 여론조사에서 지금도 60~70%까지 나오기 때문에 국민의 대다수가 반일이라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아베 전 총리의 발언은 실언이 아니라 자신의 평소 생각을 그대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전 총리는 올림픽 개최에 찬성하면 상식적인 사람, 반대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보고 있고 자신을 지지하면 애국적, 반대하면 반일적이라는 매우 비이성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4년 전 아베 전 총리는 어느 선거 유세에서 자신의 말에 반대한 청중에게 “국민 여러분, 이런 사람들에게 이번 선거에서 질 수 없습니다!”라는 발언을 해 일본인을 국민과 국민이 아닌 사람들로 나눈다고 사람들이 비판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말을 한 것이다.

4일 도쿄도 의회 선거가 치러졌는데 예상을 깨고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이 합쳐도 과반수를 얻지 못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민심이 잘 나타났다. 올림픽 개최에 반대한 입헌민주당, 일본공산당, 도민퍼스트회 등 야당 세력들이 합계로 과반수가 됐다. 이번 선거는 10월에 있을 중의원(하원) 선거 전초전으로 꼽히고 있다. 일본의 민심이 여권에서 떨어져 나가는 경향을 볼 수 있는 선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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