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파느니 자녀에게 물려준다" 거세진 다주택자 '증여' 바람

입력 2021-07-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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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3구 아파트 증여 비율↑…“하반기도 증여 늘어날 것”

전체 아파트 증여의 29% '강남3구'가 주도
40대 미만 젊은 수증인 큰폭 증가
집값 상승에 맞물려 증여 더 늘어날 듯

서울 아파트 시장에 증여 바람이 거세다. 아파트 증여 건수도 늘고 있고 증여받은 연령층도 낮아지고 있다. 부모 세대 다주택자들이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강화에 맞서 주택을 파느니 자녀에게 물려주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1261건으로 1월(1026건)보다 23% 늘었다. 서울 아파트 증여는 2월 933건으로 1000건 이하를 기록했지만 3월에는 2019건으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이어서 4월과 5월에도 각각 1528건과 1261건씩 증여됐다.

아파트 증여 붐은 강남권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5월 강남3구(강남·송파·서초구) 아파트 증여 건수는 369건으로 서울 아파트 전체 증여의 29%를 차지했다. 강남3구 아파트 증여가 서울 전체 증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 비율은 지난해 12월 15.3%에서 계속 높아져 2월 24.8%, 3월 46.3%까지 치솟았다. 4월에는 23.4%로 소폭 내렸지만 5월 29.3%로 다시 올랐다.

올해 아파트를 증여받은 주 연령층은 40대 미만 젊은 층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부모에게 주택을 증여받는 젊은 세대가 예전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집합건물(아파트·상가 등) 수증인(증여받는 사람) 중 40대 미만의 비율은 전체의 48%에 달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40대 이상 50대 이하 수증인이 42%로 가장 많았다. 집을 물려주는 증여인 연령대도 지난해에는 70대가 가장 많았지만 올해 60대가 최대 비중을 차지했다.

증여 건수가 늘고 증여받는 사람의 연령대가 낮아진 이유는 다주택자들이 정부의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강화 조치에 대응해 증여를 택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최고세율은 기본세율에 최대 30%포인트 중과 적용되고 있다. 종합부동세율도 최대 두 배로 올랐다. 3주택자 기준 양도세율은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최고 82.5%에 달한다. 반면 증여세율은 50%다. 정부는 세금 압박으로 다주택자 매물 출현을 기대했지만 다주택자들은 매도 대신에 증여하는 쪽으로 많이 돌아선 것이다.

여기에 서울 아파트값 상승이 계속되면서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증여하려는 다주택자들의 움직임도 포착된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해 들어 매달 1% 이상 올랐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올 상반기에는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감과 양도세율 강화로 증여 건수가 크게 늘었다”며 “하반기에도 집값 상승이 계속되면 증여 사례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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