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미만 젊은 수증인 큰폭 증가
집값 상승에 맞물려 증여 더 늘어날 듯
서울 아파트 시장에 증여 바람이 거세다. 아파트 증여 건수도 늘고 있고 증여받은 연령층도 낮아지고 있다. 부모 세대 다주택자들이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강화에 맞서 주택을 파느니 자녀에게 물려주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1261건으로 1월(1026건)보다 23% 늘었다. 서울 아파트 증여는 2월 933건으로 1000건 이하를 기록했지만 3월에는 2019건으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이어서 4월과 5월에도 각각 1528건과 1261건씩 증여됐다.
아파트 증여 붐은 강남권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5월 강남3구(강남·송파·서초구) 아파트 증여 건수는 369건으로 서울 아파트 전체 증여의 29%를 차지했다. 강남3구 아파트 증여가 서울 전체 증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 비율은 지난해 12월 15.3%에서 계속 높아져 2월 24.8%, 3월 46.3%까지 치솟았다. 4월에는 23.4%로 소폭 내렸지만 5월 29.3%로 다시 올랐다.
올해 아파트를 증여받은 주 연령층은 40대 미만 젊은 층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부모에게 주택을 증여받는 젊은 세대가 예전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집합건물(아파트·상가 등) 수증인(증여받는 사람) 중 40대 미만의 비율은 전체의 48%에 달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40대 이상 50대 이하 수증인이 42%로 가장 많았다. 집을 물려주는 증여인 연령대도 지난해에는 70대가 가장 많았지만 올해 60대가 최대 비중을 차지했다.
증여 건수가 늘고 증여받는 사람의 연령대가 낮아진 이유는 다주택자들이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소득세 강화 조치에 대응해 증여를 택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최고세율은 기본세율에 최대 30%포인트 중과 적용되고 있다. 종합부동세율도 최대 두 배로 올랐다. 3주택자 기준 양도세율은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최고 82.5%에 달한다. 반면 증여세율은 50%다. 정부는 세금 압박으로 다주택자 매물 출현을 기대했지만 다주택자들은 매도 대신에 증여하는 쪽으로 많이 돌아선 것이다.
여기에 서울 아파트값 상승이 계속되면서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증여하려는 다주택자들의 움직임도 포착된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해 들어 매달 1% 이상 올랐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올 상반기에는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감과 양도세율 강화로 증여 건수가 크게 늘었다”며 “하반기에도 집값 상승이 계속되면 증여 사례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