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데이가 국내 최대 규모의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인 서울 강동구 길동의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을 최근 방문했다. 총면적 4066㎡(약 1230평)로 앞서 SK주유소가 있던 자리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이곳에는 현대차가 개발한 초고속 충전기 ‘하이차저’가 설치돼 있으며 동시에 8대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하이차저는 출력량 기준 350kW(킬로와트)급 고출력ㆍ고효율 충전 기술이 적용돼 800V 전기차를 18분 이내에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이 문을 연 지 5개월여. 하루 15~20대가량의 전기차가 이곳을 찾는다. 충전소 관계자는 “아직 국내 차량 중 800V급 초급속 충전을 지원하는 차량이 현대차 아이오닉5 이외에는 거의 없어 이용 차량이 많지는 않은 편”이라면서도 “앞으로 제네시스 EV60, 기아차의 EV6 등이 출시되면 이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충전시간이 짧고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는 덕분에 퇴근길에 충전소를 들렀다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투데이가 충전소를 찾았을 때는 시승을 위한 ‘아이오닉5’와 ‘넥쏘’ 등이 충전 중이었다.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에서는 전기차 시승 및 충전 체험을 할 수 있다. 이미 전기차 동호회나 예비 차주들에게는 ‘성지’다. 이곳에서 충전소를 이용하게 될 미래의 전기차 차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시승 체험을 마친 한 60대 남성은 “5~10년 후에는 내연기관차의 시대가 끝날 것 같다는 생각에 아이오닉5를 계약해 두었다”라며 “아파트에 있는 전기차 충전기는 일반 충전기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다른 주민들의 차량도 있어 앞으로 이곳에서 충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전소를 구경하며 사진을 찍던 40대 부부도 “전기차를 살 예정”이라며 “서울에서 유일한 초급속 충전소이기 때문에 이곳을 이용할 생각”이라 했다.
충전소의 한 직원은 “서울 전역뿐만 아니라 가까운 경기도 하남, 남양주 등에서도 충전을 위해 이곳을 찾는 고객들이 있다”며 “주기적으로 오는 분들은 직원의 도움 없이도 직접 충전을 할 정도로 충전 과정도 쉽다”고 전했다.
이곳에서는 현대차뿐만 아니라 타사 전기차도 충전할 수 있다. 다만 테슬라 차량은 충전이 불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와 더불어 관련 인프라 형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전기차 충전소 확대 노력이 두드러진다.
현대차 관계자는 “여전히 충전 인프라 부족에 대한 우려로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분들이 많다”며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전기차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기차 충전소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국내에 구축된 급속충전기에서는 초고속 충전이 불가능한데, 초고속 충전소는 구축비와 운영비가 많이 드는 데다 단기간에 수익을 확보할 수 없는 구조라 이를 구축하는 주체가 없었다”며 “이에 800V 시스템을 탑재한 전기차의 초고속 충전을 지원하고자 직접 초고속 충전소를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초고속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해 고속도로에 초고속 충전소 ‘E-pit(핏)’를 열었다. 서해안고속도로 화성휴게소(목포 방향)를 시작으로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2곳에서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된다.
올해 4월 기준 현대차가 설치한 국내 개방형 전기차 충전소는 고속도로 12개소에 72기(E-pit), 도심지 7개소에 15기(하이차저)다.
앞으로도 충전 인프라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현대차그룹은 도심 주요 거점에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 8개소(48기)를 추가로 선보일 것”이라며 “충전 인프라를 지속해서 확대 구축해 전기차 선도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4월 친환경차의 글로벌 누적 판매가 200대를 넘어섰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판매한 지 12년 만이다. 최근 3년 사이 100만 대 이상을 판매했으며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연간 판매 대수가 50만 대를 넘어섰다. 올 하반기에는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바탕으로 한 전기차 아이오닉5와 기아차 EV6, 제네시스 G80e, GV60 등을 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