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밭ㆍ뽕밭이 집값 상승을 이끄는 '요주의 지역'이 될 거라고 내다본 사람이 얼마나 있었겠나. 지금은 20억 원이 훌쩍 넘는 여의도 시범아파트만 해도 한동안 미분양 신세였다. 공공이 짓는 아파트에 대한 불신 탓이다. 서울시장이 거리에서 분양 전단을 나눠줘야 했을 정도다. 양택식 전 시장은 "여의도 시범아파트 선전 삐라를 들고 가두에 섰을 때가 가장 비참한 심경이었다"고 회고했다.
잠실 개발도 어렵기 마찬가지였다. 1000가구 넘는 대단지를 5~6개월 만에 지었다. 속도에 쫓겼지만 설계나 자재, 조경 등은 당시 최첨단 기법을 썼다. 대한주택공사(LH의 전신)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양 전 시장은 현장 담당자에게 "잠실 단지에 사는 아이들에게 '너 어디 사느냐'고 물었을 때 '잠실 단지에 삽니다'라고 떳떳하게 대답할 수 있도록 충실히 일을 하라"고 호령했다.
그는 "그 집을 지은 지 10여 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슬럼화됐다는 소문은 없지 않나? 정말 깨끗하게 살아준 주민들에게 감사하고 싶다"고 잠실 개발 당시를 떠올렸다. 여의도나 잠실이 모두가 살고 싶은 도시가 된 건 양 전 시장 같은 공직자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다음 주면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시작된다. 집값 잡기에 연전연패한 문재인 정부엔 마지막 승부처다. 지금도 신도시 개발 여건은 어렵다. 공공 주도 개발은 여전히 불신받고 있고 서울 아파트 선호 현상은 공고하다.
3기 신도시 아이들이 떳떳이 자랄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면 3기 신도시는 성공할 수 없다. 필요하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분양 전단이라도 나눠주며 국민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 50년 전 여의도와 잠실을 만들었던 마음이 필요한 때다.
※참고: 손정목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