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창업 이후 공격적인 인수ㆍ합병을 통해 다가구주택 건설사업을 중심으로 급성장하며 2020년에는 미국 내 5위의 주택건설기업으로 기록되기도 했으며, 8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기도 했다. 이랬던 카테라의 폐업 소식은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카테라는 건설산업의 비정상적인 생산성을 해결하기 위해 설계와 시공 등 생산 과정의 통합이라는 혁신을 기반으로 한 기업이기는 했지만, 건설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출발한 기업은 아니다.
실리콘 벨리 스타트업의 전형적인 모델인 기술을 기반으로 벤처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고 적극적인 인수ㆍ합병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 기업을 매각하거나 상장하는 형태였다. 때문에 기업 외연 확장과 평판 등이 개별 사업의 수익성보다 중요한 기업 경영 요인이 되었고, 통합 생산 플랫폼의 효율적인 운영에 필요한 공급 사슬 관리 역량도 부족했다.
또한 혁신 기술을 가진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건설 시장에서 기대했던 점유율의 확대는 예상보다 낮았던 것도 카테라에 어려움을 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폐업을 선언한 기업의 실패 원인을 찾자면 하나둘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가 카테라의 폐업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결과론적 시각에만 매몰돼 건설 스타트업의 시도를 실패로만 규정할 것인지, 아니면 반면교사로 삼을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필자는 카테라가 시도했던 건설 생산 방식의 혁신은 여전히 건설산업이 지향해야 할 목적지라고 생각한다. 설계에서 제작 및 시공에 이르기까지 통합 생산 플랫폼은 낮은 현장 생산성을 해결하기 위한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많은 선행연구와 전문가는 분절된 생산 체계의 통합이 처참한 수준의 건설산업 생산성 제고와 품질 및 안전 확보에 필수 요건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는 이러한 시도를 건설산업 안에서가 아니라 외부 시선에서 시작된 한 개의 스타트업을 통해서 확인한 것이다. 때문에 카테라가 시도했던 통합 플랫폼 체계는 훌륭하며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국내 건설산업에도 다양한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다. 종합건설기업은 생산 체계의 혁신을 위해 기술 개발 역량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협업을 확대하고, 개발된 기술을 실제 사업에 적용하는 등의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공장 제작 방식 기반의 탈현장화, 현장의 자동화와 기계화, 인공지능 기반의 안전관리 등 건설산업이 그리는 혁신적인 생태계 구축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왜냐하면 건설산업이 기대하는 생산 시스템의 혁신은 몇몇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건설산업에는 다양한 규모와 기술 및 상품을 보유한 기업이 존재한다. 기업마다 나름의 비결로 건설시장에서 생존하고 있지만, 산업 혁신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만큼의 여유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기업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의미다. 결국 우리가 기대하는 건설산업의 혁신 달성에는 기업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지원도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카테라의 폐업을 두고 오래 전부터 위기의 조짐이 보였고,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말이 많다. 혹자는 보수적인 건설산업 안에서 생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한다. 그런데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필자는 카테라의 실패가 아쉽다. 건설산업의 혁신을 꿈꾸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더는 언급할 수 없게 됨이 아쉽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잊지 말자. 실패도 완성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 안에 포함된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