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시설을 외부인이 차단한 책임을 건물 관리자에게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 등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빌딩 전기팀장 A 씨와 관리소장 B 씨는 소방안전관리자로서 2017년 건물 소방시설이 화재 발생 시 작동하지 않게 돼 있는 것을 확인하고도 바로잡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두 사람은 각각 소방안전관리자, 소방안전관리 보조인으로 지정된 상태였다.
1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 씨 등이 소방시설 관련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이들이 아닌 소방전기공사업체 직원 C 씨가 수신기 통신 불량으로 인한 통신카드를 교체하면서 소방시설 오작동을 멈추기 위해 소방시설을 폐쇄·차단한 점이 판단 근거가 됐다.
1심은 소방시설이 정비 이후로도 지속적인 오류가 발생하고 있어 소방시설의 점검·정비를 위한 폐쇄·차단을 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판단했다. 또 A 씨 등이 이에 실질적으로 관여하거나 상황을 복구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방치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봤다.
2심에서 검찰은 적용 법조를 변경하면서 A 씨 등이 소방시설 점검 완료 후에도 재가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심은 “검사가 범행 시점으로 특정한 시각 이 건물의 소방시설 점검·정비가 완료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차단된 소방시설을 원상 복구하지 않은 것은 점검·정비를 위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