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행에서 논의 중인 통화정책 기조 전환을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9일 ‘인플레이션 전망과 과제’ 세미나를 열고 인플레이션 전망과 재정ㆍ통화 정책 방향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개회사에서 “인플레이션 계속 여부에 따라 통화정책 등의 조정이 불가피하므로 이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특히,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거시정책의 운용에 있어 한국의 높은 민간부채와 취약한 상환 능력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근본적으로 민간 활력 제고를 통해 기업과 가계의 소득을 높여 부채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 진단 및 전망’에 대한 주제발표를 맡은 김세완 이화여대 교수는 “인플레이션은 단기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단기적으로 수요와 공급, 장기적으로 통화량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며 수요 측면에서는 △소비ㆍ투자 증가 △수출 증가 △정부 재정지출 확대가 인플레이션을 이끌고 있고 공급 측면에서는 △원유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통화량도 작년부터 연이율로 10% 이상 증가해 0.5% 수준의 기준금리와 함께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다만 “글로벌 수요 감소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 미국의 강한 테이퍼링에 따른 한국의 통화량 조정 가능성 등은 인플레이션의 강도나 지속 기간을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에 반해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통화ㆍ재정 정책 방향’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최근 우리 경제가 수출이 개선되며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위기 이전의 성장경로를 밑돌고 있다”며 “산업별ㆍ업종별 경기 격차나 민간소비의 위기 이전 수준 미(未)회복 등을 볼 때 단기간에 경기가 과열될 가능성이 작고 인플레이션도 일시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으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므로 통화정책 기조 전환은 신중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정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위기가 경제 주체별로 불균등한 타격을 주고 있고 급증한 국가채무 등을 고려할 때 재정정책은 취약ㆍ피해계층에 집중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기 대응과정에서 민간부채가 급등하고 자산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해 금융시장의 불안 발생 가능성에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며 “금융 불균형 가능성을 완화하기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김현석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가 “물가 안정 목표를 국제 경제와 연관해서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미국의 기준금리와 원자재, 환율 변동을 주의 깊게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도 “단기적으로는 세계 경제 회복세, 미국 기준금리, 원자재 가격, 환율 등 해외 요인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장기적으로는 기술발전과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등이 인플레이션 추세를 지속해서 하락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