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징벌적 제도로 전과자가 양산되고 있어 과잉입법과 징벌적 규제 양산을 통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산업연합포럼(KIAF)과 자동차산업연합회(KAIA)는 29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징벌적 제도 도입 현황, 문제점 및 개선과제’를 주제로 제11회 산업발전포럼 겸 제16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을 개최했다.
정만기 KIAF 회장은 “2015년∼2019년 행정규제 위반자로 연평균 52만 명이 기소돼 일반 형사범 기소율의 2배가 됐다”라며 “우리 사회에는 행정규제 위반자 증가로 2016년 현재 15세 이상 전인구 중 26%가 전과자가 됐다”라고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2011년 하도급 공정화법에서 징벌적 배상제도가 도입된 뒤 과도한 민사책임을 넘어 행정이나 형사책임을 묻는 법률이 급증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대리점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 특허법, 상표법, 디자인 보호법, 자동차 관리법 등 20개 이상 법률에서 이미 3~5배의 손해배상금을 부과하고 있다.
정 회장은 공정거래법에 대해 “OECD 34개 회원국 중 법 위반 시 형벌 조항을 두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한 14개국이며, 나머지 20개국엔 형벌규정이 아예 없거나(14개국) 입찰담합에 대해 형법에서 형벌을 규정(6개국)할 뿐”이라며 “형벌을 두는 14개국 중에서도 한국은 카르텔,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기업결합, 불공정거래행위 모두에 대해 형벌을 부과할 수 있게 해 가장 과도한 처벌을 부과할 수 있게 해놓았다”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한국의 입법과 행정문화가 문제라고 밝혔다. 행동 수정이 처벌로만 가능하다는 인식으로 주요 사고가 발생하면 부작용 검증 없이 강한 처벌을 부과하는 법안을 만드는 문화가 문제라는 설명이다.
그는 “징벌적 행정규제가 과도하면 외국에선 범죄가 아닌 사안이 한국에선 범죄가 돼 기업의 대외신뢰도 약화와 해외사업 위축을 초래한다”라면서 “특히 다국적 기업의 유능한 경영인들이 한국 근무를 꺼리는 추세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준 산업연합포럼 부회장은 과도한 징벌 규제가 기업의 대외신뢰도와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부회장은 “경영책임자 등에 대해 형사처분까지 가능하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에는 15개 업종단체 중 10개 이상의 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라며 “책임 범위가 불명확한데도 처벌 수위가 높고, 대표에 대한 징역과 벌금, 법인에 대한 벌금, 기업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 배상 등 4중 처벌을 명시하고 있어 명백한 과잉입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징벌적 행정규제는 법규위반 전과자 확산, 기업의 대외신뢰도 약화와 경쟁력 약화, 경제성장 저해 등 부작용을 양산할 우려가 커 징벌적 행정규제의 비용과 효과를 정밀하게 분석, 평가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국회와 정부 내에 ‘징벌적 행정규제 개혁위원회’를 설치해 줄 것을 건의했다.
김일중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잉규제와 과잉 범죄화’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한국은 이미 ‘과잉규제’를 넘어 ‘과잉 범죄화’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성인 4명당 1명이 최소 전과 1범인 것으로 단순 예측하면 2030년에는 성인 3분의 1 이상이 전과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2000년 이후 15년 동안 ‘규제범죄’가 평균 55%를 차지해 형법상의 ‘일반범죄’ 발생 건수를 오히려 초월했다”라며 “형벌이라는 무소불위의 도구로 무장한 권력층, 법 집행자의 재량과 갑질은 결국 부정부패, 선택적 정의 등의 병폐를 일으킨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불필요한 행정규제 폐기와 더불어 범정부 차원에서 탈 범죄와 정책을 다각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