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분쟁 중 이탈…금감원 인력 이직 문제 없나

입력 2021-06-29 05:00 수정 2021-06-2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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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의 감독·검사를 도맡는 금융감독원의 실무 인력이 민간 시장으로 이탈하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감독·검사 책임자가 하루아침에 수검자의 편에 서는 것은 결국 금융회사들의 방패막이 더 두꺼워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해충돌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28일 금감원 경영정보공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금감원이 소 취하, 확정판결 등으로 종결된 소송건은 16건으로 모두 피소된 건이다. 직접 소송을 진행하는 건은 10건, 위임건은 6건이다. 지난해 종결된 소송은 77건이나 됐는데 동일한 원고가 부작위위법확인 등 민원성 소송을 여러 건 제기한 영향이 컸다.

금감원은 금융기관을 상대로 검사·감독업무를 수행해 금융수요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검사·감독 업무의 종착점은 제재다. 시장에서 금감원을 ‘금융 검찰’로 지칭하는 것 역시 제재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제재 판단이 절대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금융회사들의 불복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금감원 제재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가 조금씩 형성되면서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금감원 직원의 법무법인 이직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선이 팽배하다. 법무법인은 금융회사를 포함한 민간회사의 법적 대리 역할을 하는데 금감원 출신이 법무법인에 속하면 검사망, 감독망을 피하는 방법을 공유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0대 금감원장을 지낸 진웅섭 전 원장은 법무법인 광장 고문을, 8대 원장을 지낸 권혁세 전 원장은 율촌 고문을 각각 맡고 있다. 더욱이 금융회사를 밀착해 감독·검사하던 현직 실무진의 법무법인 이직은 피감회사들에게 이득이 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금감원 실무진의 이탈은 금감원 인력 구조와 변화된 조직 내 분위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상위 직급과 하위 직급 간 규모 격차가 크다. 올해 1분기 기준 직급별 직제상 정원을 보면 △1급 62명 △2급 248명 △3급 512명 △4~6급 1013명이다. 일반적인 여느 조직과 같은 피라미드식 구조임에도 상위 직급 정원이 급격히 줄면서 경쟁은 치열해지고 하위직급에서 승진의 기회를 잃으면 자리를 보전할 방법이 거의 없다. 승진을 둘러싼 경쟁 스트레스를 받느니 업무 대우가 더 좋은 민간 영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금감원의 감독·검사 업무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이 달라진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과거엔 검사 업무가 직원들 사이에서 기피 부서였다면 최근엔 인기 부서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예전에는 금융회사를 상대로 검사를 하려면 끊임없는 자료 요구 등으로 업무량이 많다는 인식이 컸다. 그러나 최근에는 검사 이슈가 있을 때만 특정 금융회사나 금융업계를 검사하면 된다는 인식과 인사 고과를 잘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검사 부서가 인기 부서가 됐다는 것이다. 상시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 감독 업무는 이와 반대로 고과를 제대로 받을 수가 없어 오히려 기피 부서가 됐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참들 사이에서 조직 내 분위기 변화를 두고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끊임없이 자료를 요구하고, 파고 또 파야 금융회사들의 위법·불법을 파헤칠 수 있는데 요즘은 그런 분위기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선배들의 잘못이 컸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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