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발자국 지우기 2050] ‘굴뚝 없는 산업’ IT 업계가 탄소 감축에 나선 이유

입력 2021-06-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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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뉴노멀이 된 탄소경영:IT•전자업계

과거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 이슈가 문제로 떠오르면 모든 책임의 화살이 금속·정유·석유화학 등 전통적인 ‘굴뚝 산업’에 쏠렸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굴뚝 없는 산업’으로 불리는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최근 잇달아 온실가스 및 탄소 배출 감축을 선언하고 있다. 이들이 환경 문제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IT 산업엔 굴뚝이 없다?

IT 산업은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온실가스 직접 배출량이 많은 전통적인 굴뚝 산업과 달리 간접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24시간 데이터센터를 가동해야 하는 ICT 업계는 특성상 막대한 양의 전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당하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도 연구·개발 및 생산 과정에서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RE100’ 글로벌 기업들은 탄소중립 선언에서 더 나아가 기존에 배출된 탄소까지도 제거하는 ‘탄소 네거티브’ 실현 계획까지 공언했다. 모든 데이터센터를 24시간 무탄소 에너지로 가동하는 게 목표다. 구글은 2017년부터 데이터센터 운영에 드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고, 애플은 2018년부터 전 세계 모든 시설을 100% 신재생에너지로 가동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글로벌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내 IT 업계도 기후변화와 탄소 배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카카오,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들은 잇따라 ESG 위원회를 구성해 ESG 관련 보고서와 선언문 등을 발표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SK텔레콤 등 SK그룹 관계사들은 올해 초 RE100에 가입했다.

이민호 율촌 ESG연구소 소장은 “ESG의 가치를 우리보다 먼저 느끼고 RE100 등에 관심을 가진 글로벌 IT 기업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ESG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미미했다”며 “그런 분위기 속에서 예전의 IT 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등 환경을 위한 동인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환경(E) 쪽의 요소를 개선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봤을 땐 환경의 요소가 가장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통신업계, 2050년까지 전체 전력사용량을 신재생에너지로

국내 이동통신업계는 네트워크 장비와 데이터센터의 소비 전력 및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RE100’에 가입한 SK텔레콤은 캠페인의 일환으로 2050년까지 전체 전력사용량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올 3월에는 3G·LTE 네트워크 장비 통합 및 업그레이드(싱글랜 기술)를 통한 전력 사용량 절감에 성공해 국내 통신 분야에서 최초로 환경부로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인증받았다. 이 방식으로는 전력 사용량을 기존 대비 약 53% 절감할 수 있다.

전국에 13개의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 KT는 네트워크 및 데이터센터 전기 사용량 저감, 빌딩 냉난방 에너지 절감, 업무용 차량 전기차 전환 등으로 약 4만t 이상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있다. 2018년 전 사옥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온실가스 관리 체계를 고도화했고, 월 1회 전사 온실가스 배출 실적을 관리하고 있다.

반ㆍ디업계, 친환경에너지ㆍ온실가스 배출 줄이기 총력전

국내 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도 연구·개발 및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산업연구원(KIET)에서 발표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과 중장기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 불렸던 2018년 반도체 공정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427만9000t이었다. 이는 2016년(258만1000t), 2017년(298만t)보다 각각 65.8%, 43.6%가량 급증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유럽과 미국, 중국 등 모든 해외 반도체(DS)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했다. 메모리반도체 업계 최초로 ‘RE100’에 가입한 SK하이닉스는 공정 과정에 인공지능(AI) 분석 기술을 도입해 전력량을 절감하고, 과불화탄소(PFCs)·아산화질소(N₂O) 등 온실가스의 원인이 되는 공정 가스를 3단계에 걸쳐 분해하는 장비를 도입했다.

디스플레이 부문 역시 기존 LCD에서 OLED로 사업 전환이 이뤄지면서 생산과 수출이 증가하자 온실가스 배출량도 크게 늘었다. 2018년 기준, 디스플레이 공정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468만t으로 2016년(367만t), 2017년(426만4000t)보다 각각 27.52%, 9.76% 증가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 OLED 패널 신규 공정에서 배기 분해시설을 확대해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성분 배출을 감소시키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LG디스플레이는 대기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90% 이상 줄일 수 있는 설비를 설치했다.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수요 100%를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목표의 국제 캠페인이다. 2014년 영국 다국적 비영리 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이 시작했다. 가입 조건은 포춘 선정 1000대 기업 등 주요 다국적 기업이면서 연간 전력사용량이 0.1TWh를 초과하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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