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최근 수년간 신세계그룹은 다양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색 할인 매장과 헬스앤뷰티(H&B)전문점, 주류 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는 야구단과 온라인 여성 패션 플랫폼을 인수했다. 인수가액 3조 4400억원이라는 그룹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인 이베이코리아 인수도 마무리지었다.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의 특징이 드러난다. 새로운 사업에 손대고, 성과가 좋지 않거나 전망이 어두워지면 과감히 사업을 접고, 적극적으로 기업을 사들이기도 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유연한 대응'이라는 호평과 '신사업에 내실이 없다'는 악평이 공존한다. '도전과 혁신의 아이콘' vs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엇갈린 평가 속에서 '정용진式' 경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28일 이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자체 상표(PB) 매장인 '노브랜드'의 신규 가맹점 모집을 중단했다. 외형 확대보단 내실을 강화하려는 조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마트는 2015년 노브랜드 출시 이후 2016년 경기도 용인시에 1호점을 열어 사업을 확장해왔고 2019년 군포산본점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해 현재까지 전국에 280여개 노브랜드 매장(가맹점 50개)을 운영 중이다.
업계는 가맹점 모집 중단과 관련해 "노브랜드 사업 기조가 변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가맹 사업 시작 이후에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부담으로 작용했다. 더불어 지난해 영업흑자로 전환해 외형 확대에 이전만큼 힘을 쏟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노브랜드 사업에서 손을 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마트는 "신규 가맹점 모집만 멈추고 사업은 계속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최근 수년간 신세계그룹에서는 사업 중단이 빈번했다. 올 3월에 접은 제주소주 사업은 23일 신세계엘앤비에 흡수합병되면서 야심찬 소주 사업 꿈은 일장춘몽으로 끝났다. 신세계그룹은 2016년 185억 원을 들여 제주소주를 인수했으나 적자 규모가 매년 커져 어려움을 겪었다. 제주소주는 2019년 영업손실 141억 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엔 10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이마트는 최근 1년여 동안 헬스앤뷰티전문점 '부츠', 만물 잡화점 '삐에로쇼핑', 프리미엄 식료품 매장 PK피코크 사업을 철수했다.
신사업 확장과 실패에 대한 우려가 계속됨에도 정 부회장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새로운 기회를 잡을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신세계그룹을 스스로 재정의하는 한 해로 만들어달라"고 연초 직원에게 주문했듯 올해는 어느 때보다 M&A 시장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초 야구단 SK와이번스를 인수해 SSG랜더스로 재탄생시키며 야구장을 새로운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고 천명했다. 실제 스타벅스커피코리아, SSG닷컴, 신세계백화점과 연계 마케팅에 힘쓰고 있다.
연간 거래액 20조 원 규모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선 경쟁사인 롯데보다 높은 금액을 베팅했고, 우군인 네이버의 갑작스런 인수전 불참 선언에도 불구, 단독으로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안았다. 신세계는 배달 앱 시장 2위인 요기요 인수전에서도 적격인수후보로 선정된 상태다.
업계에선 신세계그룹과 정 부회장의 행보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 시장 개편이 어느 때보다 활발한 시기에 생존을 위해 오너가 직접 나서 기업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책임 경영 실현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면서도 "수년간 추진했던 신사업의 결과에 일부 의문부호가 붙는데도 이처럼 과감하게 사업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오너이기 때문임을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