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영등포구가 영등포뉴타운지하상가 선순위 대주단이 제기한 491억 원 규모의 해지시지급금 청구 소송 1라운드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23일 서울시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6부(재판장 허명산 부장판사)는 11일 하나은행, 롯데손해보험, 광주은행이 서울시와 영등포구를 상대로 제기한 실시협약 해지시지급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영등포뉴타운지하상가는 2004년 지방재정법에 따른 민자유치사업으로 '영등포시장 로터리 일대 지하공간개발' 시행 계획 수립 후 사업자를 공모하고, 그해 7월 설립됐다. 지하상가 운영사인 ‘(주)영등포뉴타운지하상가’는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2012년 하나은행과 롯데손보, 광주은행으로부터 각각 160억 원, 100억 원, 30억 원을 대출받았다. "[단독] '손님 북적' 영등포뉴타운지하상가…운영사는 감사의견 거절에 소송까지" 참조
하지만 (주)영등포뉴타운지하상가는 2011년부터 9년째 감사의견 거절을 받을 만큼 수익성이 악화했다. 2단계로 나눠진 사업에서 1단계(영등포시장로터리~영등포시장역)만 계획대로 진행됐고 2단계(영등포시장 사거리~영등포시장역)가 추진되지 못하면서 공실이 발생한 탓이다. 2단계를 개발하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서울시는 반대했다.
해당 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영등포구가 서울시에 사업 권한을 주거나 2단계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라고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계획을 짜서 올려라'는 입장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고 판단한 대주단은 수익성 악화 원인을 서울시와 영등포구에 돌렸다.
대주단은 2019년 실시협약이 정한 해지 사유에 따라 해지시지급금 약 491억 원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하나은행과 롯데손보, 광주은행은 대출원금과 이자 등을 합산해 각각 약 271억 원, 약 169억 원, 약 50억 원을 책정했다.
이들은 해지시지급금 요구 근거로 실시협약 제46조의 ‘정부 정책 및 제도, 경제환경 및 본 사업환경의 급격한 변경으로 자금 차입계약의 체결이 불가능하거나 본 사업 수익성에 현저한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들었다.
재판부는 대주단 주장에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단계 구간이 제외됐고 그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실시협약이 정한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들은 실시협약 체결 당시보다 경제 환경, 사업 환경이 급격히 변했다고 주장하지만 모두 불가항력 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이 사건 실시협약상 해지사유에 해당하는 ‘경제 환경, 사업 환경의 변화’가 되기 위해서는 예측 실패의 책임을 당사자에게 돌리라는 것이 현저히 부당할 정도로 당사자의 지배범위를 벗어난 급격한 변동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대주단이 경제 환경과 사업 환경이 어떻게 변했는지, 급격한 변동인지 등에 관한 아무런 설명이나 입증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운영사도 수익성 악화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애초 영등포뉴타운지하상가는 평당 임대보증금 4880만 원, 평당 월 임대료는 16만1000원이었지만 이후 임대보증금 6890만 원, 임대료 22만 원으로 인상했다.
재판부는 “2단계 구간을 제외했음에도 평당 임대보증금과 평당 월 임대료를 전보다 높게 산정했다”며 “운영사는 2단계 구간이 제외돼 사업 시행을 위한 비용이 더 줄어들고 기존보다 면적 대비 더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데에는 (주)영등포뉴타운지하상가의 책임도 일정 부분 존재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