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이어가던 삼성디스플레이 노사가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노조가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돌입했다. 삼성이 지난해 무노조 경영 원칙을 폐기한 이후 최초다.
21일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이날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2캠퍼스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전상민 쟁의대책위원장을 포함한 노조 임원 6명만 참여하는 제한적 형태의 선제 파업을 벌였다.
부분 파업이지만, 지난해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이후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한 첫 파업 사례다. 업계는 협상 결과가 삼성 다른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부분 파업이 곧바로 총파업으로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부분 파업을 일단 진행하고 향후 노사 견해차에 따라 점차 쟁의행위 수위를 높여갈 방침이다. 부푼 파업과 총파업 사이에서 할 수 있는 몇 가지 쟁의행위들을 먼저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피켓 시위, 시설물 점거, 태업·파업 등이 노조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로 꼽힌다.
이를 위해 노조는 지난 15일 사측으로부터 협정근로자 명단을 받았다. 협정근로자는 노조 가입 조합원 중 쟁의행위에 참가할 수 없는 최소한의 근무 인원을 뜻한다.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사측에 기본 임금인상률 6.8%를 요구해왔지만, 회사는 기존 노사협의회와 합의한 인상률 4.5%를 고수해왔다. 이에 노조는 고용노동부에 조정 신청을 했고,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 중지’ 판정을 받으면서 합법적 쟁의권을 얻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2월부터 임금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4월 말 노조 측이 사측의 교섭 태도에 불만을 드러내며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지난달 25일에는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면담에 나서면서 협상이 재개됐지만, 양측은 재교섭 두 번 만에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파업 사태를 맞았다.
노조 측은 “올해 임금협상을 위해 지난해 11월 14일까지 자료 제공을 요구했고, 회신받은 자료를 기반으로 적정 임금인상률을 산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임금협상이 최종 결렬된 지금까지 관련 자료의 제공은 절망적인 수준이다”라며 “회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당한 교섭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지난해 2월 한국노총 산하로 출범했으며, 현재 조합원 수는 전체 직원의 10%를 웃도는 2400여 명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