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가상화폐 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국내 1위 가상화페 거래소인 업비트가 알트코인 정리에 나선 가운데 거래대금 규모 기준 3위 거래소인 코인빗도 이른바 ‘잡코인’ 솎아내기 대열에 합류했다. 상장 폐지된 코인 외에 유의종목 지정 코인만 50여 개에 달해 심사 결과에 따라 무더기 상장 폐지가 이어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특금법 시행에 앞서 거래소들이 은행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 신고 과정에서 감점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투자위험이 큰 잡코인을 정리하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여 투자자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16일 코인빗은 전날 밤 10시 2분 ‘가상 자산 거래 지원 관련 안내’ 공지를 통해 코인빗에서 원화 거래를 지원하는 8종의 가장자산이 팀 역량 및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과 기술 역량 등 글로벌 유동성 등을 평가하는 내부 거래 지원 심사 기준에 충족하지 않아 23일 오후 8시 거래지원이 종료된다고 알렸다.
거래지원 종료 대상인 코인은 렉스(LEX), 이오(IO), 판테온(PTO), 유피(UPT), 덱스(DEX), 프로토(PROTO), 덱스터(DXR), 넥스트(NET)다. 코인빗은 공지를 올린 시간부터 8종의 코인에 대해 출금만 지원하며, 출금 서비스조차도 29일 오후 8시까지만 가능하다고 했다. 거래소에서 거래지원을 그만둔다는 것은 해당 코인의 상장을 폐지한다는 의미다.
코인빗은 메트로로드(MEL), 서베이블록(SBC), 라온(RAO), 헤라(HERA), 디콘(DKON) 등 28종의 코인도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23일 최종 심사 결과에 따라 상장 폐지 코인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앞서 11일에는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가 코모도(KMD), 애드엑스(ADX), 엘비알와이크레딧(LBC), 이그니스(IGNIS), 디마켓(DMT) 등 25종의 코인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했고 마로(MARO), 페이코인(PCI), 옵져버(OBSR), 솔브케어(SOLVE), 퀴즈톡(QTCON) 5종의 코인은 18일부터 원화 거래를 중단하기로 했다. 업비트에서 5종의 코인은 원화가 아닌 비트코인으로만 거래할 수 있다.
코인빗과 업비트의 이러한 결정은 최근 업계에서 감도는 잡코인 정리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시장 동향 파악 차원이라고는 하나 7일부터 이날까지 상장 폐지됐거나 유의 종목으로 지정된 코인 명단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거래소의 잡코인 솎아내기는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금법과 관련해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들에 관한 내용에 대해 확인하는 절차가 있는 거로 알고 있다”며 “코인을 다수 갖고 있으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까 문제의 소지가 될 법한 코인, 특히 원화마켓의 코인을 차근차근 정리하는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 당국에서 일정 등급 이하의 코인을 상장 폐지하라는 권고사항이 나온다면 한꺼번에 정리가 되겠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는 데다 시장에 충격이 커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거래소 개별로 야금야금 정리하는 수준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거래소별로 워낙 차이가 있는 데다 정확한 통계나 파악된 게 없어 확언하기 어렵지만, 대다수 거래소가 원화마켓 위주로 운영하는 거로 안다”며 “이 때문에 상장 폐지, 유의 종목 지정 코인 역시 원화마켓에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