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에도 "인권…가르침 새기겠다"
중도층까지 정치적 기반 넓히려는 듯
지지율 끌어올려 입당 전 입지 확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해 인권의 가치를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현충원 참배와 천안함 사건 생존자 만남 등 보수의 가치인 안보를 강조한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에 중도층까지 정치적 영역을 높임과 동시에 이준석 대표를 필두로 한 국민의힘과 일종의 밀고 당기기를 시작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5일 이동훈 대변인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11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4시간 동안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방문은 윤 전 총장이 먼저 방문하겠다고 했고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인 김성재 전 문광부 장관이 응하면서 이뤄졌다.
이 대변인은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6시까지 약 4시간 동안 김 전 장관의 안내를 받아 도서관에 전시된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자료를 열람하고 김 전 장관으로부터 김대중 정부의 정책 운영과 김 전 대통령의 삶에 관해 설명을 듣고 대담을 나눴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의 이번 행보는 과거 활동과 달라 보인다. 윤 전 총장은 각 분야 전문가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을 만나 메시지를 내놓거나 언론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짧은 의견을 전달했다. 이후 현충일 전날인 5일 서울 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후 6일에는 천안함 생존자를 만나는 등 보수의 기존 가치인 '안보'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 김대중 도서관 방문에는 윤 전 총장이 보수를 넘어 중도층까지 정치적 기반을 넓히려는 생각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내에 강경 보수 이미지보다 변화를 강조해 중도층 표심을 끄는 이준석 당 대표가 당선되는 등 '중도 바람'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방명록에도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썼다. '인권'이라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치를 강조하며 중도층에게도 마음을 얻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범야권의 핵심인 김 전 대통령의 도서관을 찾았다는 프로그램은 본인 스스로 중도층 이상의 지지층이 있고 나는 정치적인 수급 범위가 거기까지라는 영역 표시"라며 "김 전 대통령 쪽이 진보라는 의미도 있지만, 호남이라는 의미도 있어 정치적인 활용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입당을 두고 이 대표와 '밀당(밀고 당기기)'을 본격화하며 본인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라는 의도 역시 담긴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으로선 지지율이 떨어지면 국민의힘이 자신에게 구애할 이유가 없기에 중도층까지 기반을 넓혀갈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 두 사람은 이 대표가 당선되자마자 입당을 두고 밀고 당기는 양상을 보였다. 윤 전 총장이 전날 대변인 메시지로 입당과 관련해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하자 이 대표가 "8월이면 국민의힘 대선 버스가 예외 없이 떠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이 대표의 당선을 의식해서 움직이는 어떤 정치적 메시지 같다"며 "(윤 전 총장이) 앞으로도 중도 진영 쪽으로 많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전 총장 마음속에는 본인 지지도가 떨어지면 국민의힘에서 상당히 거칠게 다룰 거라는 생각이 있을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이 공정이나 반부패 등 검사 이미지에서 나오는 것 외에 다른 게 없기 때문에 중도 진영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