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이사장 "공단 파탄 막아야, 두 노조 새판 짜는데 호응해달라"
"건보공단이 파탄으로 빠져드는 일만은 몸을 바쳐서라도 막겠다고 결심했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고객센터(콜센터) 직접고용 문제를 놓고 고객센터 노조와 공단 노조간 '노노 갈등'을 풀기 위한 수단으로 단식을 선택했다. 최고 경영자가 갈등 해결을 위해 단식에 나서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강원도 원주 본사 1층 로비에서 14일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김 이사장은 단식에 대한 입장문에서 "건보공단이 고객센터 문제를 두고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고객센터 노조는 직영화를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과 함께 공단 본부 로비에서 농성 중이고, 이에 공단 직원들이 매우 격앙돼 있다"고 우려했다.
이달 10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소속 조합원 970여 명은 고객센터 외주화 문제해결을 위한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을 시작했다.
현재 공단 고객센터는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고객센터 근로자는 공단 협력업체의 정규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센터 노조는 앞서 올해 2월에도 직영화와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며 24일간 파업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공단 직원들은 공정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올해 1월 건보공단 노조가 출범할 때 직접고용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젊은 직원들이 대거 표를 몰아줬다"며 "고객센터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직접고용에 유보적 입장을 취했던 직원들마저 반대로 돌아서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갈등에 이번 사태가 '제2의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이사장은 "이사장으로서 두 노조가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다 했으나 대립만 깊어지고 있다"며 "건보공단은 지금 헤어날 수 없는 갈등의 함정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객센터 노조 요구를 논의하려면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를 열어야 한다. 하지만 고객센터 노조는 파업을 풀지 않고 있고, 건보공단 노조는 협의회 참여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김 이사장은 "고객센터 노조는 파업을 중단하고, 공단 노조는 사무논의협의회에 참여해달라"며 "갈등의 악화를 멈추고 대화의 새로운 판을 짜자는 저의 제안에 두 노조가 곧바로 호응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단의 최고책임자가 노조를 상대로 단식을 한다는 파격에 대해 갖은 비난이 있을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능력이 부족해 이것 외에 다른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