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이 국내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종목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거래소가 투자주의 시그널을 보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아랑곳 하지 않는 모양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 종목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전선은 지난 달 25일부터 전날까지 10거래일 연속 주가가 상승 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상승률만 218.25%에 달한다.
지난 1955년에 설립된 대한전선은 국내 최초의 종합 전선회사로, 전력·통신 케이블과 소재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국내 뿐만 아니라 미주, 유럽, 중동 등 주요 시장에 생산 기지와 지사를 구축했다.
지난 3월 중순까지만 해도 동전주를 오갔던 이 종목은 이후 1000원 초반대에서 박스권을 형성했다. 하지만 호반그룹에서 이 회사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호반그룹이 대한전선 인수 절차를 완료했다는 공시를 내놓은 지난 달 25일부터는 급등세를 기록중이다.
호반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호반산업은 대한전선의 발행 주식 40%를 사들이며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 소식과 함께 주가가 치솟은 만큼 새 주인을 맞은 후 신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달 호반그룹의 대한전선 인수 기념행사에서 나형균 대한전선 사장은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확대 및 생산 현지화를 통해 본업인 케이블 사업에서의 발전을 도모하는 동시에 해상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와 전기차, 광통신 등 연관 산업으로의 경쟁력 강화에 지속 노력할 것”이라며 “대한전선의 기술력과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에너지 및 전력 산업의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서 완전히 새로운 미래를 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도 주가 상승률이 너무 가파르다며 투자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사이 대한전선을 분석한 증권사들의 리포트는 단 1건도 나오지 않았다. 때문에 목표주가 역시 제시되지 않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대한전선 상승세는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합리적으로 보이진 않는데, 고평가된 상태로 보여지고 상승효과는 단기적 현상으로 예상된다”면서 “ 따라서 대한전선에 대한 추가상승보단 하락 리스크를 대비할 필요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동종업계 경쟁사인 LS전선아시아의 실적과 주가의 관계를 감안해도 현재의 주가 상승은 무리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한전선과 LS전선아시아의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이 각각 55억3190만 원, 60억5501만 원으로 대동소이한 모습이다. 매출액은 대한전선이 4442억 원으로 LS전선아시아의 1631억 원보다 훨씬 크지만 당기순이익은 대한전선이 42억 원 손실을 기록해 32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LS전선아시아보다 안 좋은 상황이다.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구리가격의 상승도 향후 실적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구리 값은 지난 달 중순 1만725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대한전선과 LS전선아시아의 1분기 실적 등을 놓고 현재 주가 상승률을 비교해 봤을 때 대한전선이 고평가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